
'임신기간→9개월, 임신해서 태어나는 새끼 수→하나, 성기능 숙성도달 기간→13~17년, 몸무게→50~100㎏, 수명→75~85세, 식성→온갖 종류의 동식물'… 이게 바로 인간동물이다. 1990년대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동물원에 전시 중인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동물'의 특성이 이렇다고 했다. 그 인간동물은 오랑우탄, 비비, 긴팔원숭이 우리 옆에 전시됐고 종명(種名)이 독일어 Mensch(멘시)를 비롯해 호모사피엔스, 휴먼 빙 등으로 표시돼 있었다. 2005년 8월 26~29일 런던동물원은 영화배우, 음악가 등 8명을 기획 전시했고 2007년엔 호주 애들레이드(Adelaide) 동물원이 오랑우탄과 함께, 2009년엔 폴란드 바르샤바 동물원이 '인간도 동물이므로 모든 동물은 인간처럼 존중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인간동물을 동물원에 기획 전시했다. 도쿄 신주쿠(新宿)동물원도 그랬고…. 놀라운 건 우리 안 전시 지원자가 늘 넘쳐났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인간동물을 멸시하다 못해 타매(唾罵) 타기(唾棄)한 인간이 있었다면 누굴까. 45세에 발광해 죽은 독일 철학자 니체였다. 그가 외쳤다. "인간(동물)은 허위와 간악 투성이다. 나는 인간 속을 거닐면 꼭 인간의 단편(斷片)과 지체(肢體) 사이를 걷는 것 같다. 냉정히 인식하는 자의 눈으로 볼 때 인간은 볼이 붉은 동물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일체의 존재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아아, 구토 구토 구토!"라고. 그는 모든 동물 중에서도 인간이야말로 구역질 나는 동물이라고 매도했다. 전후(戰後) 일본 문학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사양족(斜陽族)'의 대표 작가 다자이오사무(太宰治), 39세로 천재적인 삶을 마감한 그의 '닌겐싯카쿠(人間失格)'를 보면 가슴이 무너진다. 세속의 우매와 추악 속에서 인간이기를 스스로 실격시키지 않으면 안 되는 삶을 그렸기 때문이다.
저 인간동물, 저들로부터 처절하고도 참담한 이질감을 통감한다. 아아, 대한민국도 서울대공원에 인간동물 전시 계획을 세워 보는 게 어떨까. 전시 지원자가 없을 경우 강제로 포획, 동물원 우리에 넣는 방법도 있고…. 단, 민생은 패대기치고 금배지에만 눈알이 시뻘건 저질들은 피해야 한다. 왜? 관람을 모두들 외면할 테니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