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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현식 부천시소사구선관위원회 위원·변호사
4월 13일은 제20대 국회의원 총선일이다. 벌써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총선 체제로 돌입했고 하루가 멀다 않고 들려오는 정치인들 소식에 이제 본격적인 선거 시즌이 온 것 같아 흥분이 돌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제19대 총선을 치르고 4년여가 지난 현 시점에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가? 과연 우리의 삶은 얼마나 나아졌는가? 만약 우리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면 이는 누구의 잘못인가? 지금 대한민국에는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심심찮게 등장한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단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단어만큼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날카롭게 지적한 단어도 없을 듯하다. 무엇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조국을 이처럼 저속한 단어에 빗대게 만들었는가? 대한민국은 헌법 제1조에도 적시했듯이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원칙에는 누구도 반론을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한민국은 주인인 국민에 의해 좌우돼야 한다는 말이다. 그럼 대한민국은 국민에 의해 좌우되고 있는가? 그런데도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생길 수 있는 것인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로 봐서 현재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 아니, 적어도 우리가 주인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어떻게 우리가 주인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고 대한민국의 주인임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인가?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선거를 통해 제대로 된 일꾼을 뽑으면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형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회주의를 기본 골격으로 하고 있다. 즉 선거를 통해 일꾼을 뽑아 그를 통해 우리가 주인임을 확인받고 주인된 권리를 행사하는 체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도 않으면서 남 탓만 하는 것은 아닌지 신중히 생각해 볼 때다. 참된 일꾼을 뽑아 제대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 매 선거 때마다 이 씁쓸한 느낌이 안 들도록, 다시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직 이러한 절망을 바로잡을 희망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권자인 우리가 반드시 선행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 출마 단계에서부터 어떤 후보자가 나오는지 가려내야 한다. 유권자는 여·야 공천단계부터 어느 후보자가 출마하는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견제해 애초부터 참된 일꾼이 출마할 수 있게끔 여론을 형성해야 한다. 또한 흙속에 묻혀있는 인물을 뽑을 수 있는 혜안을 갖춰야 한다. 어느 후보자가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숭고한 정신을 갖고 있는지, 신성한 의무는 저버리면서 오로지 자신의 영달만을 위해 선거 때만 유권자에게 굽신거리는지 가려야 할 것이다. 둘째, 유권자는 반드시 선거에 참여해야 한다. 지금은 거소투표·사전투표 등을 통해 얼마든지 소중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보장돼 있다. 그럼에도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우리 스스로 주인된 권리를 포기하는 것이다. 선거일에 투표를 하는 것은 대의제 민주국가의 국민으로서 신성한 의무이자 강력한 권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의 미래는 정치인들이 좌우하는 것이 아니라 유권자인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선거 참여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우리의 사명임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엄현식 부천시소사구선관위원회 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