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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병욱 김포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변호사
우리나라는 그동안 선거를 치르고 각종 선거 범죄로 인해 후유증을 앓곤 하였는데 2015년 대검찰청의 선거사범 내부 행정 통계 현황을 보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유의한 점은 지방선거의 경우 2006년 선거사범의 수가 1만3천866명, 2010년은 9천332명, 2014년은 8천974명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는 반면에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2008년 선거사범의 수가 3천980명에서 2012년은 5천144명으로 오히려 늘고 있다는 점이다. 선거사범의 수가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선거를 치르는 동안 매수 및 기부행위, 허위사실 공표·비방·특정 지역 비하 등 흑색 선전 행위,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행위, 언론의 허위·왜곡 보도 등 불법 행위, 불법 선거 여론조사와 같은 중대 선거 범죄를 포함한 각종 선거범죄가 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선거 범죄는 법을 위반해서라도 당선되고 보자는 의식에서 초래됐다고 볼 수 있다. 불법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표자는 민주적 정당성이 결여돼 대의제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 현실에 중대한 장애가 된다. 따라서 준법 선거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준법 선거를 위해서는 크게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준법 의식, 선거 운동 관리 및 선거 운영 등을 담당하는 선거관리위원회, 선거범죄신고 포상 제도와 같은 제도적 장치 등이 필요한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의식이라고 할 것이다. 아무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정치 주체인 후보자와 유권자의 의식이 결여된다면 제도 그 자체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방선거사범 수가 점차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이유를 주목해보면 2006년 지방선거 당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선거관리위원회, 언론, 시민단체, 유권자들 중심으로 후보자들이 제안하는 공약 및 그 실천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공약을 인증 및 평가하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 선거가 도입됐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의 활성화로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과 지지가 오르고 자연스럽게 후보자들 역시 선심성 공약의 남발보다는 실천 가능한 공약을 제시해야 당선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유권자들도 공약을 실천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하게 됐고 공약 실천에 대한 평가까지도 가능해졌다.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는 후보자와 유권자의 의식을 바꾸고 준법선거를 실현하는 중요한 수단이며 앞으로도 매니페스토 정책 선거가 정착돼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할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공약과 정책을 전문적으로 인증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나 전문기관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류병욱 김포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 위원·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