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민족정기가 바로 서는 날, 그날이 자주독립의 날입니다.”

민족자주독립을 외쳤던 3·1절 85주년을 앞둔 28일, 민족문제연구소 조문기(78)이사장은 “대한민국은 아직 진정한 자주독립국가가 아니다”며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조 이사장은 특히 전날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조차 못한데 대해 분개했다.

“그 집단에는 친일파의 후손들이 많은데 자신들의 부모, 조부모의 행적을 밝히는 법을 통과시키겠느냐.” “애당초 법 제정을 촉구할 때도 쉽게 통과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를 계기로 국민들 사이에서 '친일 청산'이란 오욕의 역사를 씻자는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었지.” 평생을 친일 청산에 매달려 온 그는 정치인들의 잘못된 역사의식을 조목조목 질타했다.

조 이사장은 약관 19세에 '부민관 폭탄의거'를 주동했던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부민관 사건은 1945년 7월 24일 일본 고위관료들과 친일파의 거두 박춘금 등이 참석하는 '아시아 민족분격대회'가 열리는 부민관에 폭탄이 터진 사건이다.

부민관 사건이 발생하고 조국이 해방된 지 6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는 얼마전부터 '제2의 독립운동'에 착수했다. 지난 1월 8일부터 국민들을 상대로 시작한 '친일 인명사전 편찬사업'이 바로 그것.

'친일 청산'을 바라는 국민의 성원으로 벌써 7억여원이 넘는 기금이 모아졌다. 이번 3·1절을 계기로 전국민 참여를 독려하는 '제2의 독립선언' 행사를 전개, 범국민 운동으로 승화한다는 구상이다.

“친일파 청산작업은 절대 감정이나 보복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며 굴욕적인 민족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가슴 아픈 과정이다. 친일파들의 자손들에겐 씻을 수 없는 상처겠지만 반드시 이뤄져야 될 국민의 숙원인 것이다.” 그는 그러나 “오욕의 역사가 씻어지는 그날, 우리 국민들은 어두운 역사의 희생자(친일 후손)들 또한 따뜻한 가슴으로 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