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배우자로 한국여성 많은
도자와무라에 한국식 정자
'고려관' 찾아 현지인 향수 달래고
지난해 日골프계 상금왕 올라
인기 절정인 골퍼 '이보미'처럼
민간외교역 차세대 많기를 기대
필자가 총영사로 부임해 정식으로 야마가타현 지사를 방문한 것은 꽤 늦은 감이 있다. 관할하는 일본 동북 6개 현 중에 유일하게 여성 지사가 있는 현이다. 한국에서는 1983년에 NHK 드라마 '오싱'의 출신지로 유명한 곳이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7살때부터 남의 집 더부살이를 했던 소녀 이야기 '오싱'의 배경이 된 긴잔온천은 아직도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
야마가타 현은 지형상 눈이 많고 마을마다 온천이 있으며 스키장과 눈꽃(주효)나무가 멋지기로 유명하다. 또 일본 제일의 사쿠람보(일본 버찌) 산지로도 알려져있다. 요시무라 미에코 지사를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 함박눈이 쏟아져 일부 고속도로가 통제돼 방문을 연기할까도 생각했지만 몇 달 전부터의 약속이고 미야기 현과는 달리 이 정도의 눈은 야마가타 현에선 일상이라고 해서 조심조심 예정시간보다 일찍 출발했다. 멀리 보이는 야마가타 현 청사에는 태극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보통은 태극기 게양을 안 하지만 한국 총영사 방문을 맞이하는 차원에서 게양 한 것이다. 눈보라 속에 나부끼는 태극기는 더욱 반가웠다. 야마가타 현청으로서도 외국 총영사 방문에 대한 예의를 다한 것으로 보인다. 현청 현관에 차가 도착하자 담당직원이 지사실로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지사실에는 NHK, 아사히신문, 야마가타 신문 등 현지 언론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지사는 정문 앞까지 나와 따뜻하게 한국 총영사를 맞아 주었다.
야마가타현 지사는 지역 홍보를 위해 브랜드 쌀 '쯔야히메'와 현의 꽃을 매년 영사관으로 보내준다. 또한 2015년은 한일국교 정상화 50주년으로 양국 정상회담이 3년여만에 성사됐고 최대 현안이던 위안부 문제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도 있었다. 이와 같은 합의 분위기를 토대로 양국의 지방간에도 민간교류를 계속해야 한다는 데 요시무라 미에코 지사와 의견을 함께하고, 앞으로 청소년·스포츠 교류에 협력하기로 했다. 야마가타 현 성북고교는 수백명 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서울의 정의여고와도 십여 년째 교류를 해오고 있다. 이 밖에도 여러 고교·대학에서 태권도 및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이 많다. 야마가타의 한국과의 인연이 뜻밖에 다방면에서 묵묵히 퍼져나가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한국인 신부(하나요메)들이 많은 야마가타현 도자와무라에는 '고려관'이라는 한국식 정자를 운영해 현지에 정착한 한국 여성들이 자주 찾아 모국에 대한 향수를 달랜다. 또한 사카타 항구는 매일 부산으로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등 경제 교류도 점차 늘고 있다.
요즘엔 2015년 일본 골프계 상금왕을 달성한 한국 여성골퍼 이보미선수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혐한 무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예쁜 미소를 가진 이보미 선수는 일본인이 좋아하는 겸손하고 귀여운 스타일에 뛰어난 골프 실력은 기본이고 지역 팬서비스에도 정성을 다한다고 한다. 최근에는 상금 중 1천만엔(한국돈 1억원)을 후쿠시마 원전사고지역 청소년 지원단체에 기부했다고 한다.
정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다. 야마가타 현 국제담당 부장(부지사 다음 서열)은 만나자마자 본인이 골프를 좋아하는데 한국의 이보미 선수를 너무 좋아하고 있으며 사카타시에 이보미 스폰서인 혼마 공장이 있는데 이 선수가 직접 방문해 직원들과 사진을 찍는 등 감사를 표하고 정성스러운 팬서비스를 해줬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해댄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것이야 말로 자연스러운 민간 외교가 아닌가 싶다.
지난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회담도 이루어졌고 이제 새로운 50년을 향한 출발점에 섰다. 앞으로 이보미 선수 같은 멋진 민간외교로 한일간 우정을 더욱 깊게 해주는 젊은 세대들이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양계화 주센다이대한민국총영사관 총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