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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미경 여주시선관위 위원·여주대 교수
얼마 전 영화 '내부자들'에서 등장 인물인 언론인이 "대중은 개·돼지에 불과하다"라고 한 대사를 들었다. 순간 분노가 치밀며 "정치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 이런 대사를 하게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영화는 오만과 독선에 찬 재벌과 언론인 등이 부패한 정치인, 공공 권력과 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해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도대로 여론을 조작하고 대중들의 무관심을 악용해 선거에서 승리하려 한다. 위의 대사는 민주(民主), 즉 '국민이 주인' 이라는 사실을 잊고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일련의 행태를 보여준다.

영화 '내부자들'이 현실의 반영이든 과장이든 과연 우리에게 아무 책임이 없는가? 정치나 선거는 내 일이 아니고 자신의 일상생활과 관계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를 악용했던 측면도 있지 않은가? 또한 도덕적으로 타락한 재벌의 행태, 이와 결합한 언론인, 그리고 정치인의 부정부패를 단지 비난만 한다고 해서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는가? 투표는 유권자 개인의 권리와 임무를 정당이나 특정 인물에게 위임하는 것이다. 이는 투표에 대한 국민의 권리가 무한하며 권리를 넘어 의무라는 사실을 말해준다. 따라서 투표하지 않은 사람은 선거 실패에 대해 항의할 권리와 자격이 없고 자신의 의무인 투표를 했을 때 그들에게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은 "눈길을 걸어갈 때 어지럽게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길이 훗날 다른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고 했고, 루즈벨트 대통령은 "민주주의란 정지된 것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는 행진이다"라고 했다. 후손들에게 이정표가 되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우리는 올바른 선택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라고 한다. 우리는 모든 상황에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투표는 그 중 가장 중요한 선택이다. 그 선택에 의해 우리의 인생과 국가의 미래가 결정되는, 막중한 책임이 따르는 선택이다.

두 달여 후면 20대 총선이 실시된다.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투표율의 나라'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도록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대중은 개·돼지가 아니라 공정한 정치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초석임을 보여주자.

/홍미경 여주시선관위 위원·여주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