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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오른쪽)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제3차 공천관리위원회 회의에서 김무성 대표가 지켜보는 가운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본격적으로 가동하자마자 현역 의원을 아예 예비심사격인 자격 심사 단계에서 탈락시켜 경선에서 배제시키는 '컷오프'를 놓고 술렁거리고 있다.

특히 현역 의원 컷오프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 김무성 대표가 정치적 생명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쳤던 상향식 공천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움직임은 결국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가 텃밭인 영남과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박(비 박근혜)계가 의심하고 있어 언제든지 계파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를 안고 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12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 "여당이 강세지역일수록 과감한 기득권 타파를 할 것"이라면서 "특히 현역의 프리미엄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미경을 대고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쉬운 통계나 숫자만 갖고 하면 엉터리로 나온다"면서 "(의원들의) 개별 케이스에 대한 정보를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보고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장의 발언은 여론조사가 높더라도 다면 평가 결과가 수준 이하인 현역 의원들을 솎아내겠다는 의미로서 사실상 컷오프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의정활동이 저조한 의원들을 '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로 지칭한 데 이어 연일 강공 모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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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정훈 정책위의장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이 위원장은 또 김 대표가 상향식 공천의 보완재로 제안한 안심번호를 활용한 휴대전화 여론조사에 대해서도 '대리투표', '위장전입' 등 부정 투표 우려를 제기하며 부정적인 뉘앙스를 강하게 풍겼다.

비박계는 즉각 반발했다. 더욱이 이 위원장의 발언에서 상향식 공천과 상반되는 측면이 부각되자 김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려는 의도적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 위원장이 원론적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의도적으로 상향식 공천을 무너뜨리려 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도록 빌미를 주고 있다"면서 "공관위원장이 됐다고 입장이 바뀌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14년 1월 이 위원장이 당시 당헌·당규개정특위 위원장으로서 여러 차례 "이제 전략공천이라는 것은 없다"고 단언했던 점을 거론한 것이다.

이 위원장이 청와대와 친박계의 물밑 지원으로 공관위원장직을 맡게 되자 현역의원 물갈이에 총대를 메고 입장을 바꿨다는 일각의 의구심과 맞닿아 있다.

또 다른 비박계 의원은 "역대 총선을 보면 컷오프를 하려고 그런 식으로 공천을 했는데, 이 위원장도 이를 따라가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공관위 내부에서도 이 위원장이 실현 가능성이 없는 얘기를 해서 골치 아프다는 소리가 나온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