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결석 조사서 속속 밝혀 범위 확대땐 더 나올수도
보육·교육기관 이상징후 포착·신고 체계 의무화해야

7살 난 친딸을 때려 숨지게 한 뒤 야산에 암매장한 40대 어머니가 경찰에 붙잡혔다.

초등생 아들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 시신을 훼손하고 냉동 보관한 '부천 초등생 시신훼손 사건', 목사 부부가 여중생 딸을 살해한 후 시신을 백골 상태로 둔 '여중생 시신 방치사건' 등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올해 들어 벌써 자녀살해 사건이 3건이나 드러났다.

아이들이 부모의 폭행으로 숨졌고, 가해자들이 자녀살해 사실과 시신을 길게는 5년 동안 숨겨왔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충격이 크다. 아이들이 맞아 숨질 때까지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운 사건이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사건들을 가해자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가정불화, 가족해체, 아동학대, 주변인들의 방관, 경제구조, 인문학적 통찰과 철학의 부재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고 본다.

배은주(교육학 박사)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은 "가해자들의 공통점은 부모로서의 소양이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훈육에 대한 개념도 잘못 형성돼 있다"고 했다. 또 "실업 상태에 있는 등 경제적으로도 어렵다"며 "복지혜택을 줄 때 아동학대 여부 등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이번 자녀살해 사건들은 일명 '인천 11살 여아 학대 사건'에 따른 장기결석 아동 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중등학생, 미취학 아동과 자퇴생 등 '학교 밖 아이들'까지 조사범위가 확대되면, 피해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배 연구위원은 "아이를 보육·교육하는 기관에서 이상 징후를 빨리 발견해 신고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교사양성 기관 커리큘럼에 아동학대 관련 교육이 의무적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피해 아이들은 가정불화와 가족해체 등 '비정상적인 가정환경'에 있었다. 한현애 한국가정법률사무소 인천지부 부소장은 "가정불화가 가족해체와 아동학대로 이어지고, 결국 참극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가정 내에서 폭력을 학습한 아이들은 분노조절장애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상담을 통해 폭력의 고리를 끊어줘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가정상담을 스스로 받거나 주변에서 권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한 부소장은 "가정상담 등 도움을 청하는 분들이 몇 퍼센트나 되겠느냐"며 "주위 사람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자녀살해 사건이 잇따르자 '존속살인'보다 '비속살인'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김종호 변호사는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적절한 방안이 아니다. 자신이 받을 처벌을 염두에 두고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은 드물다"며 "좀 추상적이지만 사회구조적 시스템이 정비되어야 한다"고 했다.

최원식(문학평론가)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우리 사회는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새로운 구호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며 "철학의 빈곤이라고 할까? 사람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이 부족했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남을 이기기 위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너무 가난하면 인간다운 것도 생각할 수 없다"면서 "균부(均富), 꿈을 꾸게 하고 서로 배려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인간다움을 완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목동훈기자 mo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