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니페스토는 한마디로 지킬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 공약'이라 할 수 있다. 과거의 정책 공약은 막연한 희망 사항 리스트(Wish List)가 대부분이었으나 현재는 당선된 후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공식 문서화 해 유권자에게 다짐하는 정책서약서인 셈이다. 매니페스토는 후보자가 당선돼 추진하고자 하는 정책을 구체적인 공약(사업의 목적, 착수 우선순위와 완성 시기, 예산확보 방법 등)을 정해 제시한다. 우리나라에는 2006년 제4회 지방선거부터 도입되어 5·31스마트매니페스토 정책선거추진본부와 중앙선관위가 함께 정책선거를 추진했다.
그동안 매니페스토의 도입 등 제도적 변화와 함께 유권자의 투표 성향도 변화했다. 그러나 아직도 정책 대결보다는 혈연·지연, 감성, 조직 등에 호소하는 잘못된 관행이 잔존하고 있어 정책선거가 온전히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한국형 매니페스토(K-Manifesto)의 정착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한국형 매니페스토란 '유권자 중심의 매니페스토'다. 정당·후보자, 시민단체, 학계, 언론사 등 다양한 참여주체 간의 상호연계와 선관위의 지원을 통해 유권자의 참여와 정책 선거에 대한 이해를 높여 올바른 정치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다.
과거의 매니페스토가 참여 주체 간의 개별적, 독자적인 정책선거 사업의 추진이었다면, K-Manifesto는 정당과 후보자가 선관위에서 제공하는 어젠다 등을 통해 실천 가능한 정책·공약을 유권자에게 제시하고 시민단체, 학계, 언론사는 캠페인, 세미나, 언론보도 등을 통해 정책과 공약을 논의·분석하여 유권자에게 다양한 판단자료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유권자 중심의 매니페스토'가 시민단체, 학계, 언론 등의 전폭적인 협조로 활성화된다면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공약(空約)은 더 이상 공약(公約)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번 4·13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정당과 후보자가 제시하는 선거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고 향후 4년간 정치를 맡길 정당과 후보자를 현명하게 결정해 한국형 매니페스토가 온전히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김태진 안산시상록구선관委 위원 · (주)두일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