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전자기파 존재 확인되자 무선통신 발명
휴대폰으로 이어진 전례 또 기대할 수 있으려나
사랑하는 이성과 함께 있는 30분은 싫은 사람과의 5분보다 짧게 느껴진다는 어느 영화 장면은 특수상대성이론을 설명할 때 쓰인다. 달리는 기차에서 따라오는 자동차가 느리게 보이는 상대성이야 예전에 몰랐을 리 없다. 이런 고전적인 상대성에다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빨리 움직일 때는 상대성의 정도가 적어진다는 이상한 생각을 추가한 게 특수상대성이론이다. 빛의 속도로 가는 우주선에서 역시 빛의 속도로 반대방향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보면, 고전적인 상대성으로는 빛의 속도의 두 배로 보여야 한다. 특수상대성이론은 그게 아니고 여전히 빛의 속도로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빛의 속도의 몇 배로 나는 우주선 운운하는 소설은 이제 잊자. 그런 건 없다.
특수상대성이론의 결과물인 E=mc2에서 c가 빛의 속도다. 이건 길거리 포스터나 티셔츠에도 단골로 등장한다. 질량 m이 에너지 E로 바뀔 수 있다는 이 유명한 방정식에서 원자폭탄이 나왔고 인류 문명은 돌아갈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질량 50의 가벼운 두 원자핵을 엄청난 고온에 두면 합쳐져서 질량 98의 무거운 원자핵이 되는데, 이때 사라진 질량 2가 무시무시한 에너지로 바뀌어 나온다는 게 핵융합이다. 이걸 사용한 수소폭탄은 나왔지만, 고온의 플라즈마 상태를 유지하며 담아둘 용기가 없어서 아직 핵융합 발전은 상용화되지 못했다. 특수상대성이론은 수학적으로는 그다지 어려울 게 없어서 고등학교를 마치면 배울 수 있다. 개인적으론 대학교 1학년 때 일반물리 담당 교수님이 교과서에 없는 특수상대성 이론을 용감하게 강의하시는 바람에 엉겁결에 배웠다. 여기에서 나오는 로렌츠 변환이라는 수식을 보니 어떤 물체도 빛의 속도보다 빠를 수 없다는 게 자명했다. 아니라면 허수의 질량이 출현해 버리니까.
하지만 일반상대성이론은 다르다. 이건 기하학인 데다, 유클리드를 훌쩍 넘어선다. 이 비유클리드 기하학을 특정한 좌표계에 표현하려면 텐서 대수를 써야 한다. 이건 선형대수의 확장인 데다 여러 개의 첨자(index)를 쫓아가야 해서 심오함보다는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다. 아인슈타인은 질량 있는 물체가 주변의 시공간을 휘게 한다고 믿었지만 자신의 직관을 표현할 도구를 찾지 못해 8년을 고심했다. 그의 직관을 표현하는 완벽한 언어인 기하학이론을 19세기에 이미 게오르그 리만이라는 수학자가 구축해 두었다는 것은 그에게 최대의 행운이었다.
그는 고심의 시기인 1915년 초에 괴팅겐 대학에서 강연을 했는데, 강연을 들은 수학자인 다비드 힐버트는 즉시 그 기하학적 의미를 깨닫고 독자적으로 이론을 완성했다. 아인슈타인도 수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리만 기하학을 접하고서 이론을 완성했는데, 결국 두 사람은 그해 말 거의 동시에 중력장방정식에 대한 논문을 출간했다.
질량 있는 물체는 그 주위의 시공간을 휘게 한다. 그래서 질량이 없는 빛조차도 무거운 물체 주위를 지나면 휘게 되는데, 뉴턴이 들으면 기겁할 소리다. 질량이 있는 두 물체가 서로 끌어당긴다는 만유인력법칙을 벗어나니까. 결국 엄청난 질량의 블랙홀 근처에서 빛이 휘는 것이 관측되고서야 논란이 종식됐다.
일반상대성이론의 또 다른 예상이 중력파다. 무게 50짜리 블랙홀 두 개가 서로를 끌어당기다가 합쳐져서 무게 98인 하나의 블랙홀이 되고, 이때 사라진 무게 2가 에너지가 되어 중력파의 형태로 퍼져 나가며 시공간을 휘게 한다. 핵융합 과정에서 질량 일부가 에너지로 방출되는 것과 흡사하다. 용감한 과학자 1천여 명은 국제적인 연대와 협력을 통해 이러한 시공간의 휨을 탐지해냈다. 국내 과학자들도 관측 데이터에서 잡음을 제거하는 작업 등을 통해 기여했다. 19세기에 전자기파의 존재가 확인되자 무선통신이 발명되어 휴대폰으로 이어진 전례를 여기서도 기대할 수 있으려나.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