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0년 전·후 영화의 상영시간은 고작 2분이었다. 그러던 중 1902년 러닝타임 14분이라는 혁명적이라 할 수 있는 영화가 프랑스에서 개봉됐다. 최초의 SF영화로 일컬어지는 '달나라 여행'. 연극배우이자 마술사였던 조르주 멜리에스가 감독한 이 영화는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우주선을 타고 달나라에 착륙해 달에 사는 주민들에게 잡혔다가 탈출하는 나름대로의 스토리도 갖추고 있었다. 공상과학영화라는 거대한 장르의 효시인 셈이다. 그 후로 SF영화는 감독의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늘 시대를 앞서갔다.
HAL-9000, C-3PO, R2-D2, TARS. 영화 속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들이다. HAL-9000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C-3PO나 R2-D2는 '스타워즈', TARS는 '인터스텔라'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컴퓨터다. 이것 말고도 영화속 AI는 별처럼 많다. 이 AI들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방식을 모방해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딥 러닝'으로 인간같은 능력을 갖는다. 상상력의 소산인 영화라고 가볍게 볼게 아니다. '달나라 여행'이 상연된 후 67년이 지난 후, 인류는 마침내 달에 첫발을 디뎠다.
위키디피아가 정의하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人工知能)은 철학적으로 인간성이나 지성을 갖춘 존재, 혹은 시스템에 의해 만들어진 지능을 뜻한다. 미국 과학자들은 30년 안으로 전 세계의 직업의 절반이 AI 때문에 사라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자와 회계사가 1순위고 택시운전사, 호텔 객실담당, 경비원도 대상이다. 3월에 있을 바둑천재 이세돌과 컴퓨터와의 세기의 바둑대결이 세간에 화제다. 이세돌의 상대는 '알파고'로, 구글이 2014년 인수한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이다. AI의 진화(進化)는 이렇게 끝이 없다. 인간과 기계의 전쟁을 다룬 영화 '터미네이터 3'의 부제는 '라이즈 오브 더 머신 (Rise Of The Machines)'이다. 천하무적 액체 금속형 로봇 'T-1000'보다 더 강력한 'T-X'가 반란을 일으켜 지구를 멸망시킨다는 줄거리다. 늘 영화가 현실이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AI를 그저 호기심의 눈으로만 쳐다볼 수도 없다. 영화처럼, AI가 인류를 지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