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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대단한 천재가 하늘나라로 갔다. 소설 '장미의 이름(1980)'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작가에다 철학자 역사학자 기호학자 미학자 문예평론가이기도 한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가 20일 아침 84세 삶을 마감한 것이다. 20세기 이탈리아 최고 지성이자 작가인 그가 죽자 라 레푸블리카(La Repubblica) 등 이탈리아 언론은 1면 주요 기사로 알렸고 전 세계가 애도했다. 그는 문학작품 외의 저서(이론서)만도 '중세의 미학' '토마스 아퀴나스의 미학 문제' '열린 작품' '기호학 이론' 등 다수지만 한국인들에게 움베르토 에코 하면 단연 작가 이미지부터 떠오른다. 그의 대표작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振子)' '프라하의 묘지' 등이 모두 우리말로 번역, 소개됐기 때문이다. 중세 이탈리아 수도원 수도사(修道士)들의 연쇄 독살사건을 다룬 '장미의 이름'은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돼 1천400만권이나 팔렸고 이탈리아 최고 문학상인 스토레가 상을 수상한데다 숀 코네리가 주연한 영화로도 소개됐다. 83세인 작년에 낸 소설 'Anno zero(零年)'는 변질된 저널리즘을 풍자한 내용이었고….

대머리에다가 뺨을 뒤덮은 흰 수염, 검은 테 안경이 개성적인 인상인 그의 대단한 천재성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는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비롯해 영어 불어 독일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등에 거짓말처럼 두루 능통했다는 것이고 밀라노대, 피렌체대를 거쳐 2008년부터 볼로냐(Bologna)주립대 교수였다는 거다. 볼로냐가 어떤 대학인가. 고색창연한 옥스퍼드대(1249년)나 파리대학(1215년)보다도 훨씬 오래전인 1088년에 개교한 세계 최고(最古)대학 아닌가. '유니버시티'라는 말을 최초로 사용한 대학이 볼로냐였고 Alma Mater Studiorum Universita Di Bologna는 정식 교명이자 '모든 학문이 퍼져 나간다'는 뜻이다. 그만큼 자부심이 대단하다.

움베르토 에코의 성씨 '에코(Eco)'는 이탈리아어로 메아리다. 한 번 세상에 나와 다대한 학문적, 정신적 영향의 메아리깨나 울리고 떠나간 사나이다. 이제 저승의 단테와 보카치오, 웅가레티, 모라비아 등 이탈리아 문학 거성들이 반겨 맞아줄 거다. 아, 메아리여!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