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두고 활개를 쳤던 브로커는 자취를 감추고 후보사무실과 유세차에는 최첨단 멀티시스템이 도입되는 등 강화된 선거법이 17대 총선에서 신(新) 풍속도를 만들어내고 있다.

특히 후보측으로부터 금전, 물품, 음식물 등을 제공받을 경우 금액 또는 가액의 50배에 달하는 과태료를 부과토록한 법조항은 이번 선거판에서 맹위를 떨치며 선거운동의 풍향을 완전히 바꿔놓고 있다.

▲자취감춘 선거브로커=3선에 도전하는 수원의 모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예전같으면 '얼마에 조직을 인수하라'며 접근하는 선거브로커들이 많았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통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강화된 선거법 때문”이라고 밝혔다.

군포의 모 후보 선거사무소 관계자도 “과거에는 금품을 돌린 후보자만 처벌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금품을 받은 유권자도 처벌을 받는데다 50배의 과태료까지 부과 돼 브로커들의 활동이 위축됐고 후보자도 함부로 돈을 건넸다가는 신세를 망칠수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돈 선거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넓어진 사무실과 유세차량=안양의 모후보는 유세차량에 멀티비전을 설치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구성하는데 1천만원을 투자했다. 그는 또 사무실도 당초 계획한 60평에서 100평으로 넓혀 마련했다.

이 후보는 “법대로 한다면 돈을 쓰고 싶어도 못 쓸 판”이라며 “결국 합법적으로 돈을 쓰면서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수 있는 유세차와 선거사무실에 투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정선거법은 선거사무소 설치유지비와 유세차량관리비용을 선거비용에 포함시키지 않아 후보들은 이부분에 자유롭게 돈을 쓸 수 있다.

▲달라진 사무실 풍경=지난 30일 오전 내내 지역구를 돌아다닌 수원의 모 후보는 점심시간이 되자 선거사무실에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있는데도 불구 매몰차게 자신만 인근 중국집에서 음식을 배달시켜 먹었다.

후보자를 포함 유급선거사무실종사자 3명에 대해서만 비용지출이 가능토록 한 선거법 때문이다. 특히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후보사무실에 나와 불법선거를 감시하는 선관위 직원의 눈을 피해 불법을 자행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 선거사무소 관계자는 “선관위의 감시가 다소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강화된 선거법으로 과거의 돈선거와 조직선거는 많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바뀐 선거운동방법=후보자들은 합동유세와 정당연설회 등이 없어진데다 운동원들과 함께 하는 가두홍보도 쉽지 않아 인지도를 높이기위한 방법으로 전화홍보와 이메일선거운동에 목을 매고 있다.

특히 후보들의 얼굴 알리기가 어려워지면서 새벽 종교행사 참여와 야간 상가방문은 모든 후보들의 공통필수 일과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