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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월 파리 테러 때 혼비백산했던 미국 록 밴드가 EODM(Eagles Of Death Metal)이었다. 파리 바타클랑(Bataclan)극장 공연 중 IS의 테러로 89명의 관중이 사망했지만 다행히도 죽음을 모면했던 그들 록 밴드가 지난 16일 다시금 그 극장에서 감격적인 공연을 했다. 보컬의 제스 휴즈를 비롯한 록 밴드 멤버가 환생한 듯 무대에 오르자 극장 안은 온통 감격의 도가니로 환호성이 터졌다. 청중 속엔 그 때의 총격 부상으로 목발을 짚은 사람, 하얀 장미꽃을 든 사람도 있었다. 제스 휴즈가 막간의 CNN 인터뷰에서 청중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번 귀환공연의 의미야말로 깊다"고. 프랑스 국민회의(下院)는 바로 그 날(16일) 테러 비상사태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하는 안건을 찬성 212표, 반대 31표로 가결했다. 영장 없는 가택 수색과 테러연루 의심 인물의 자택 연금 등 시민 불편을 무릅쓰고 상원에 이어 하원이 통과시킨 게 비상사태 연장 안건이었다.

기타 선진국이 설정한 것도 테러대비법이었다. 미국은 국치(國恥)인 2001년 9·11 테러 후 20개월의 철저하고도 방대한 조사 끝에 국토안보부(DHS)와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창설했고 대량살상무기(WMD)에 의한 테러 가능성에 대비, '생물방어 프로그램(Biodefense program)'도 구축 중이다. 영국은 미국보다 앞선 2000년 테러리즘 대처법을 만들었고 독일은 테러 용의자를 6개월 간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핵 테러다. 그래서 주요 선진국이 선도하고 있는 게 핵물질물리적방호협약(CPPNM)의 강화, 핵테러억제협약(ICSANT)과 세계핵테러방지구상(GIGNT) 체결 등이다. 마치 북한 핵 테러 대비책 같지 않은가. 김정은이 남측 요인 암살 등 테러를 지시했다는 게 지난 18일 국정원 보고였다.

그런데도 테러방지법에 늘쩡거리는 국회의원 군상(群像)이야말로 문제다. 13건의 테러방지법안이 막혀 있는 이유가 국정원의 권한 남용 소지 때문이라니 기가 막힐 일이다. 지구상에 '공포주의(테러)가 만연했다(恐怖主義蔓延)'는 게 중국식 표현이지만 상습적인 북한 테러를 당해온 가장 위험한 지역이 한국 아닌가. 얼마나 더 당해야 '아이쿠!' 할 것인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