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웃음이 절로 나지 않겠는가.
취준생이라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마침내 사회에 첫발을 당당히 내딛는 젊음들이 아닌가. 어설픈 정장에 병아리 이름표를 달고, 움직이는 무엇에나 인사를 해대는 첫 마음의 풋풋함에 나도 모르게 엄마 웃음을 짓는다.
한편 부럽기도 하다. 장차 취업을 할 대학생, 그것도 '문송하다'는 문과생 남매의 엄마이다 보니 새내기 직원들의 부모님이 정말 부러운 게 사실이다. 우리네 아이들에게는 갖가지 스펙을 쌓고 지독하게 취업 준비를 해도 사회의 문은 좁고 높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수년 전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도쿄 밤도깨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공항에서 시내로 이동하기 위해 전철을 타자마자 하얀 제복 입은 차장과 눈이 마주쳐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전철과 달리 차장석이 전면 유리로 승객과 마주 보게끔 설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더 놀란 것은 뒤쪽에도 차장이 탑승하고 있어 전철 문이 열리자 앞과 뒤 두 명의 차장이 승강장에 내려서 승객이 모두 안전하게 내리고 탔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서 열차를 운행하고 있던 것이다.
도쿄의 전철이 낡아서 그렇게 운행하는지 몰라도 우리 지하철에서 역무원 얼굴을 못 본지 꽤 오래되었고 전철 운행조차 무인으로 하는 것에 대해 논란이 되고 있을 무렵이라 '전철 운행을 위해 두 사람이 탔다'는 사실이 무척 인상 깊었다. 심지어 검표하는 사람까지 보았으니….
각종 첨단 기술이 점점 일자리에서 사람을 대신하고 있다. 자동화를 통해 인건비를 줄여 기업 이익을 늘리는 것만이 과연 정답일까? 사람과 눈 마주치고 얘기하며 사람이 안전을 직접 챙기는 도쿄의 전철 운행은 비경제적이라 옳지 않은 것일까?
정부에서는 공공부문까지 경제 논리를 앞세워 고 성과를 재촉하는 것이 현실이다. 인턴사원, 기간제와 같이 취업률만 높이기 위한 일회성 일자리에 소중한 세금을 사용하기보다는 공기업과 같은 공공기관이 앞장서 좋은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다.
어느샌가 우리 국민들조차 민간은 물론 공공기관도 적자가 발생하는 것이 문제라는 자본의 냉정한 논리에 익숙해져 버렸다. 자본이 말하는 인건비가 내게 오면 월급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은 다른 상황일 수도 있겠으나, 며칠 전 여러 언론 매체에서 보았던 '아파트 경비원의 일자리를 빼앗는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새봄 양지에서 만난 귀한 봄나물처럼 무척이나 반가운 지금이다.
/황선화 농협 중앙교육원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