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라보게 홀쭉해진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4)가 넉살 좋은 웃음으로 스스로를 평가한 대목이다.
22일(현지시간) 미국프로야구 시애틀 매리너스의 스프링캠프가 차려진 미국 애리조나 주 피오리아의 피오리아스포츠컴플렉스.
오전 일찍 실내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고 실내 타격 연습장에서 100개가 넘는 볼을 친 이대호가 운동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시애틀의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려 평생의 꿈인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고자 체중을 감량한 덕분에 이대호의 몸놀림은 사뿐사뿐 한 느낌마저 들었다.
스트레칭과 달리기, 캐치볼로 몸을 푼 이대호는 1루수 미트를 끼고 포구와 송구 훈련으로 땀을 뺐다.
이어 배팅케이지로 다가가 방망이를 잡고 직선타성 타구를 연방 날렸다. 선수들을 보려고 온 미국 팬들은 "저 큰 선수가 누구냐", "별명이 무엇이냐"며 호기심과 관심을 동시에 나타냈다.
한국과 일본프로야구를 평정한 4번 타자 이대호가 외야에서 공을 주울 일은 없었다.
모든 타격 훈련이 끝나면 공을 한꺼번에 모을 때 거들어주긴 했지만, 타선의 구심점이자 베테랑이며 1루수인 이대호가 외야로 갈 이유가 없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어느덧 30대 중반을 넘은 나이에 찾은 미국에선 신인이기에 이대호도 예외 없이 외야로 나갔다.
수비 과외는 코치들이 스프링캠프에 합류한 이래 사흘 연속이다.
코치가 쳐주는 볼을 받고 원바운드 송구를 받는 연습을 마친 후에야 이대호의 하루 일과가 끝났다.
"아주 자유로우면서도 보이지 않게 체계적으로 움직이는 이 분위기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던 이대호는 "신인 시절만큼이나 훈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어만 할 줄 안다면 적응하기에 더 좋을 것 같다"고 아쉬운 마음도 내비쳤다.
일본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거액 잔류 계약을 마다하고 오로지 나태해지기 싫어 미국행을 택한 이대호. 지난 2001년 프로에 입단했을 때 그 초심으로 한국·미국·일본 3개국 야구를 정복하기 위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