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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자기마다의 살림살이가 있다. 그 살림살이가 다양하기에 서로의 처지나 심경을 그대로 이해해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자기의 살림살이는 자신이 잘 알지만 이래저래 남의 살림살이는 잘 알기 힘들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친구사이도 그럴 수 있고 연인사이도 그렇다. 전국시대 장자는 정신적 세계를 노닐며 가난한 현실을 살아간 철학자였다. 하루는 너무도 살림이 곤궁해져 그 지방을 맡아 다스리던 친구에게 생계비를 빌리러 갔다. 그러자 그 친구가 2, 3일 안으로 영지에 세금이 들어오면 두둑한 돈을 건네주겠으니 기다리라고 하였다. 그러자 장자가 비유를 들어 말한 대목이 수레바퀴 자국 속의 붕어이다.

"내가 여기에 오는 도중 나를 부르는 자가 있어 돌아보니 길바닥에 수레바퀴 자국에 물이 고여 있는데 그 속에 있는 붕어가 보이지 않겠나. 그래서 왜 그러냐고 하니 이 속에 빠져 움직일 수가 없어 죽겠으니 물 몇 사발 떠다가 살려달라고 해. 그래서 나는 귀찮아서 2,3일 안으로 吳越지역으로 유세를 가는데 그 때 西江의 물을 듬뿍 떠다 줄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네. 그러자 그 붕어란 놈이 자기는 지금 몇 사발의 물만 있으면 살 수 있는데 그런 소리를 한다고 하며, 나중에 건어물에서 자기 시체나 찾으러 오라고 화를 내지 뭔가" "실례했네"하고 떠나가는 장자의 뒷모습을 보며 그 친구는 무슨 느낌이었을까? 생계에 취약한 계층에 대한 국가의 정치적 관심과 노력은 더 말할게 없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