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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을 왜 오스카(OSCAR)상이라고 부르는지 알 수는 없다. 아카데미 상 트로피가 여배우 베티 데이비스 첫 남편 오스카 넬슨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아카데미 협회의 도서관 직원이던 마거리트 헤릭 여사의 삼촌 오스카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지만 근거는 없다. 그러나 1934년 6회 아카데미 상에서 캐서린 헵번의 여우주연상 수상 글을 쓴 칼럼니스트 시드니 스콜스키가 처음으로 '오스카'를 거론한 것은 분명하다.

오스카상이 '백조의 잔치'라는 비난이 일 정도로 백인 우월주의에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이 끊임없는 것은 80여년 동안 수여한 2천900여개의 트로피 중 흑인의 품에 안긴 건 고작 32번에 불과했다는 데서 여실히 증명된다. 2002년 '흑진주' 할리 벨리가 '몬스터 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는데 이것이 첫 흑인 여우주연상 수상이었다. 아카데미상 심사 투표권이 있는 회원 5천100여 명의 94%가 백인이다.

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한국시간으로 29일 월요일 오전 10시 LA 돌비 극장에서 열린다. 그러나 시작 전부터 '백인들의 잔치'라는 비판과 함께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다. 남녀 주연·조연상 후보 20명이 모두 백인계 배우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진보 성향의 감독 스파이크 리는 "백합같이 흰 아카데미 시상식을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며 시상식 불참을 선언했고, 흑인 배우 대니 글로버는 "오스카 상을 없애 버려야 한다"는 폭탄선언을 했다. 반면 스필버그 감독은 "난 백인 아카데미 회원의 수가 많기에 인종주의가 있다고 믿지 않는다. 다양성을 위해 회원 자격을 개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아카데미를 향한 비난의 손가락질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인의 역차별'을 부르짖는 백인 우월주의자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가운데 열리는 이번 오스카의 인종차별논란은 미국 전체의 사회상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이번 오스카의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다. 이병헌이 한국 배우 최초로 이번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전달하고, 영화 '유스'의 주제가 '심플 송'으로 주제가상 후보에 오른 소프라노 조수미의 수상 여부. 그리고 올해 오스카 진행자가 입담 좋기로 유명한 흑인 코미디언 크리스 록이라는 것과 그의 입에서 무슨 말이 터져 나올지는 또 다른 관심사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