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26일 '물갈이설'로 뒤숭숭한 대구·경북(TK) 지역 예비후보 87명에 대한 공천 면접심사를 이어갔다.
새누리당의 텃밭인 TK 지역 면접은 지금까지 면접을 실시한 다른 지역보다 장시간 진행돼 치열한 공천경쟁을 뒷받침했다.
특히 비박(비박근혜)계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른바 '진박(眞朴·진실한 친박)'임을 내세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경쟁을 벌이는 대구 동을 지역 면접은 장장 40분간 이어졌다.
다른 지역구 면접이 통상 10∼15분 정도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오랜 시간으로, 예비후보가 4명인 지역구 가운데는 최장시간 면접이었다.
유 전 원내대표는 면접심사를 대기하면서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땀을 닦기라도 하듯 손을 연방 무릎에 비벼대며 긴장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전 구청장과도 악수는 했지만 둘 사이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김회선 의원 등 공관위원들은 유 전 원내대표에게 2014년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대해 주로 질문을 던졌다는 후문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면접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제가 했던 대표 연설은 우리 정강정책에 위배되는 게 전혀 없다. 거듭 몇 번이고 읽어보면서 확인했다고 말씀드렸다"며 "당론배치에 대한 말은 없었고 잘 설명을 드렸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혁신 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 당시 연설에서 유 전 원내대표는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라며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신랄하게 비판했고, 이때부터 박근혜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긋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유 전 원내대표는 TK지역 6명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전 구청장은 TK 현역 교체론에 대해 "대구 시민들이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데이터를 보니 물갈이론이 높게 있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대구 동갑의 류성걸 의원과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공개 스파링'을 벌였다.
정 전 장관은 진박 논란에 대해 "학계를 떠날 때부터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위해 전적으로 올인한다고 각오했다"고 강조했다.
류 의원은 "우리 당에는 계파가 없고, 계파가 공천에 영향을 미친다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며 TK 물갈이론에 대해서도 "공천룰에 따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자신의 지역구였던 대구 수성갑에 도전장을 던진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이 탈당할 경우 선거전략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지사는 "(김 전 의원이) 이전에도 탈당 경력이 있기 때문에 또 탈당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여론조사에서 김 전 의원에게 뒤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제가 아직 대구 현안을 충분이 모르기 때문인데 지금은 많이 개선됐다. 서울·경기지역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대구 시민들이 봤을때 이질감을 느끼고 있는데 야당(지지자) 쪽에서 (지역을 옮긴 데 대해) 비판적으로 책임을 묻는 경우가 있다"고 답했다.
진박 논란에 대해서는 "대통령을 빙자해서 무임승차 하는 것은 대구 시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라며 비판적 입장을 내비쳤다.
이한구 위원장은 면접 도중 기자들과 만나 "다른 날보다 깊이있는 질문들이 많아 면접이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대구경북의 큰 이슈는 쉽게 당선시켜 놨더니 (박근혜 정부를 위해) 뭘 했냐는 것"이라며 현역 물갈이에 대한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또 "청와대가 개혁한다고 난리 법석인데 앞장 선 사람이 누가 있는가 하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이 주도하는 국정 드라이브에 대한 협조 정도가 공천의 중요 기준으로 삼을 것임을 강조했다.
27일에는 단독 공천 신청 지역에 대한 면접심사가 있을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