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의 수많은 것들과
지하철속 스마트폰 삼매경 풍경
빽빽한 엘리베이터안 유모차
엄마의 언성·아이의 환한 웃음…
사소한 사람들의 이곳이 아름답다
언덕길을 내려간다.
마침 지하철이 온다. 천천히 서는 지하철 안이 환히 들여다보인다. 빈자리가 몇 개 있다. 아 저기 앉아야지, 지하철 문이 열리자마자 나는 지하철 안으로 부지런히 들어간다.
그러나 발 빠른 어떤 청년이 나를 밀치듯 털썩 앉는다. 나는 머쓱해져 지하철의 손잡이를 잡는다.
청년은 눈을 내리깔고 주섬주섬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이윽고 열차가 떠나고 곳곳에 재빠르게 자리를 차지한 젊은이들이 모두 눈을 내리깔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한다. 앞을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불편한 사람이 혹시 있는지 주변을 살피는 사람은 물론 없다. 모두 스마트 폰을 들여다본다. 열차가 서자 얼른 일어나, 재빠르게 승강장에 내리는 사람들, 에스컬레이터를 탄다. 사람들에 밀려 넘어질 뻔하다가 겨우 에스컬레이터의 난간을 붙든다. 위로 올라간다.
어떤 빌딩, 유리문을 민다. 너무 무겁다. 미처 들어가기도 전에 앞사람은 문을 확 던지듯 밀치고 나간다. 유리창에 잠시 내 코가 박힌다.
누구인가 내 발을 밟는다. 오히려 그가 나를 꼬나본다. 아래위로 훑어보기까지 한다. 나는 나도 모르게 "미안합니다"하고 고개를 꾸벅 숙인다.
사람들로 빽빽한 어떤 엘리베이터의 안, 사람들은 앞사람의 머리꼭지를 보며 엉덩이가 서로 닿을 듯 서 있다. 갑자기 한 여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공중을 찢는다. 또 한 여자의 비명 같은 목소리. 두 목소리는 싸우기 시작한다. 모두 깜짝 놀란다. 유모차에 탄 어린아이가 빽빽 울기 시작한다. 두 여자는 싸운다. 그중 젊은 여자의 목소리가 젊은이답게 더 힘 있고 날카롭다. "왜 유모차를 밀쳐요! 다시 한 번 유모차에 손을 대면 경찰에 신고할 거얘요." 경찰에 신고한다는 소리에 엘리베이터 안은 이상한 정적이 감돈다. 모두 뭔가 잘못한 듯이 고개를 떨군다. 엘리베이터는 5층에 멈춘다. "내가 누군지 알아? 뭐 이런 것들이 있어!" 그 여자가 유모차를 당당하게 밀고 문을 나간다. 모두 유모차에 몸이 닿을세라 이리저리 몸을 옹크린다. 그때다. 빽빽 울던 아이가 뒤를 돌아본다. 아이는 어느새 울음을 그치고 환히 웃고 있다. 눈부신 웃음, 환희의 눈동자란 저런 것인가! 엘리베이터 안이 포근해진다. 사람들은 모두 안도한다. 사소한, 참으로 사소한 사람들의 여기, 여기가 갑자기 아름다워진다.
/강은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