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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숙 남양주시선관委위원·화가
인류는 민주주의 실행을 위해 가장 기초적인 도구로 선거제도를 선택했으며 일정 연령 이상의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보통선거'의 원칙이 실현되기까지 수많은 사람의 피와 눈물을 필요로 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민주주의 실현의 근간이 되는 제도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선거를 통해 국민은 대표자에게 '공적 업무를 성실하고 공정하게 수행할 것'이라는 '신뢰'를 부여한다.

4·13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한 국가의 법을 제정하는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중대한 정치적 행사다. 각 정당에서는 이번 선거에 출마할 후보자 공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예비후보자들은 자신의 얼굴을 유권자에게 알리기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다. 선택의 순간을 앞두고 점차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마다 여러 후보가 출마해 후보자의 면면을 국민이 세밀하게 알기 어렵다. 후보 개인의 역량보다 어느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인지가 선거 결과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선거 규모나 열기에 관계없이 선거 제도가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선거와 관련된 모든 이해당사자의 자기 이해와 준법정신이 필수적이다. 먼저 후보자는 '진정 자신이 국회의원직을 감당할만한 능력과 인품을 갖춘 인물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지도자로서의 인격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임을 되새긴 후에는 준법 선거를 치러야 한다. 다른 후보자를 비방하거나 불법적 또는 탈법적 수단으로 자신을 알려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위는 선거 제도에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이다. 또 후보자 스스로 국민의 신뢰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행위다. 각 후보자는 지역공동체와 국가 전체의 발전을 위해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십분 발휘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정책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신뢰를 얻어야 한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최선을 다해야 하고 결과가 기대와 다르더라도 국민의 선택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유권자는 어떤 인물이 우리 지역의 후보자로 출마했는지, 그 후보자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어떤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지 꼼꼼하게 살핀 후에 후회 없는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 유권자가 해야 할 의무이자 권리다. 나아가 후보자의 불법·탈법적 선거운동을 용인해서도 안 된다. 선거의 생명은 공정성이다. 공정하지 못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당선자에게는 국민의 신뢰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신뢰는 사회 공동체가 유지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핵심가치이며 사회적 자본이다. 특히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두터우면 국회와 국민 사이의 협력 관계가 강화되고 국가 경쟁력 확보와 국민 복지 수준 향상 등에 기여하지만, 반대의 경우 경제·사회·문화 등 다방면에서 입법 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결과적으로는 입법 활동의 약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은 다시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가져와 악순환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는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과거에 비해 우리 선거 문화가 비약적으로 개선된 것은 사실이다. 세력을 과시하면서 군중심리를 이용하던 선거문화에서 미디어 중심의 선거문화로 이동하면서 정책 경쟁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유권자 스스로 공정한 선거가 이뤄지도록 감시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캠페인도 많이 일어났다. 이 모든 노력이 지금의 선거 문화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됐다.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후보자, 유권자, 선거관리기관 모두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하면서 역량 있는 대표자를 선출하기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진정 앞으로 이 땅을 터전으로 살아가야 할 후예들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이기 때문이다.

/유인숙 남양주시선관委위원·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