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간은 광대무변(廣大無邊)의 대명사인 우주를 까맣게 잊고 산다. 그 이유를 '우주'를 뜻하는 영어 단어들이 말해 주는 것 같아 흥미롭다. cosmos는 가을철 한들거리는 꽃인 코스모스이기도 하고 universe는 만유(萬有), 천지만물 오만잡동사니를 가리키기도 하는가 하면 space 또한 우주, 지구 대기권 밖 공간이라는 뜻 말고도 좁은 공간, 장소라는 뜻도 있기 때문이다. '宇宙'라는 한자어도 마찬가지다. 宇도 宙도 '집 우, 집 주'자 아닌가. 우주가 집이라니! 더욱 흥미로운 건 중국에선 '집 宙'자가 과거 현재 미래의 무한한 시간을 뜻하기도 한다는 점이고 외계인을 '우주인' '천외내객(天外來客)', 그냥 외부인사까지도 '외계인'이라 부른다는 거다. 게다가 실버 그레이 은회색 노인 머리도 '우주 색'이다. 그런저런 이유로 지구인은 좁은 공간에서 바글바글 아옹다옹 얽혀 살며 무한대로 넓고 큰 우주를 잊고 사는 거 아닐까.
한국과 미국이 달 탐사를 비롯한 우주 개척에 협력키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달 탐색만 해도 미국이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를 달에 착륙시킨 건 47년 전인 1969년이었다. 그들의 축적된 노하우를 전수받겠다는 거다. 그럼 달 다음엔 어느 별을 탐사할 건가. 미국 캘리포니아공과대 연구팀은 바로 지난달 21일 태양계 외연부(外緣部)에 아홉 번째 혹성(New Ninth Planet)으로 보이는 존재의 증거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통칭 'Planet9'인 문제의 혹성은 지구의 10배 질량에다가 태양~해왕성 거리보다도 20배나 멀리 떨어진 궤도를 1만~2만 년 걸려 한 번씩 돌고 있다고 마이크 브라운 연구원이 말했다. 그런데 2006년 제외된 명왕성 대신 그 9번째 혹성까지도 미국을 비롯한 인류가 정복하는 미래는 과연 올까. 적어도 400억~1천억 개라는 지구형 행성(혹성)은? 그 중 어느 별에든 외계인은 있을 수 있다.
어쨌든 핵우산과 사드 등 안보도 미국에 의존하고 달 탐사까지도 독자적으로는 버겁고 어려워 미국에 매달린다는 게 왠지 좀 그렇고 씁쓰름하기만 하다. 하긴 6·25 전쟁만 해도 미국의 크나큰 도움과 엄청난 희생이 없었다면 우리는 현재 북녘의 '위대한 지존 동지' 치하에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