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용천역 열차 폭발사고를 확인하고 국제사회의 지원을 요청했다고 평양 주재 유엔 직원이 23일 밝혔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평양 지부의 브렌단 맥도널드 대표는 이날 오후 북한 정부관리와 만난 자리에서 22일 낮 12시10분에 사고가 일어났음을 북측이 확인했다고 말했다.

북측은 그러나 용천역 사고는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두 열차의 충돌이 아닌 측선으로 들어가던 열차 2대 사이에서 일어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맥도널드 대표는 사고 원인에 대해서는 일종의 전선이 측선으로 빠지던 열차에 닿아 대형 폭발을 유발했다고 들었으며 북한 당국은 사고로 적어도 50명이 숨지고 1천명이 다쳤으며 가옥 1천800채가 파손된 것으로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북한은 중국을 포함해 평양 주재 모든 외교 공관에 룡천역 참사에 대해 알리고 사고 수습을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맥도널드 대표는 또 중국 접경 지역에 창고를 갖고 있는 북한적십자사는 사고 현장에 담요와 식수 등 구호 및 구조용품을 급히 보내고 있으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아동기금(UNICEF), 국제적십자사는 이미 폭발 희생자들에게 필요한 의료장비 지원을 위해 10만달러를 책정했다고 말했다. 또 평양 주재 유엔 직원은 24일 사고 현장을 방문해 현장에서 필요한 구호물자 등에 대해 제네바에 있는 OCHA 본부에 제출할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한편 북한 정부는 유럽연합(EU)측에도 EU의 도움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으며 EU 대표단의 사고 현장 방문을 허용할 것임을 밝혔다고 러시아의 이타르타스 통신이 보도했다.

<룡천역 참사 원인과 신속발표 배경>

북한은 24일 평안북도 룡천역 참사 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이례적으로 사고발생 이틀 만에 전격 발표했다.

북한이 홍수피해와 식량난으로 인한 아사자 발생 사실에 대해서는 간헐적으로 발표한 적이 있었지만 대형 인재사고를 신속하게 밝힌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특히 사고원인을 분명히 밝힌 것은 이번 참사의 원인과 관련해 서방언론이 김정 일 국방위원장을 겨냥한 '테러'일 가능성을 제기하는 등 무성한 추측이 일고 있는 것을 조기에 불식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신속 발표 배경 = 북한이 사고 이틀 만에 신속하게 공개한 것은 이번 사고가 북한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초대형 참사여서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으 로 보인다.

중앙통신이 비록 정확한 피해 규모와 사상사 수를 밝히지 않은 채 "현재까지 조 사에 의하면 피해상황은 대단히 크며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북한에서는 민ㆍ관ㆍ군 응급복구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여건이 미흡하다.

이에 따라 북한은 "우리는 여러 나라 정부들과 국제기구 및 단체들에서 인도주 의 지원 용의를 표시하고 있는데 대하여 평가한다"고 말해 외부의 지원을 간접적으 로 요청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을 내부적으로 알려 북한의 여러 지역의 장비와 인력, 자금을 끌어내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사고원인 '전기선 접촉' =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사고 원인을 "질안(질산암모 늄)비료를 적재한 화차들과 유조차들을 갈이하던 중 부주의로 인해 전기선에 접촉하 여 폭발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조선말 대사전은 '갈이'를 "낡거나 못쓰게 된 부분을 떼어내고 새 것으로 갈아 대는 일"로 표기하고 있다.

북한말로 차갈이는 "(운수분야에서)짐실이(상차)와 짐부리기(하차) 및 그 밖의 작업을 위하여 역 또는 공장, 기업소 구내선들에서 차량을 옮기는 일"을 말한다.

청진철도총국에 근무했던 한 탈북자는 이같은 작업을 '차갈이'라고 설명하고 " 차갈이 도중 열차가 전복되는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고 증언했다.

때문에 이번 참사는 운행을 앞두고 차량을 이동시키는 과정에서 느슨해진 전선 에 차량이 닿아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연쇄폭발로 이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신의주~룡천~평양 열차구간은 전철화됐으며 3만3천㎾의 고압선이 설치돼 있다고 탈북자들은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