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전설에 '괴물과 같은 뱀'이 나온다. 사실 뱀이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 마치 반죽을 하다만 밀가루 떡에 어린 아이들이 손가락을 꾹꾹 눌렀다가 잡아당긴 모습이다. 그리스 사람들은 이것을 '살라맨더(Salamander)'라고 불렀다. 영어로는 '도마뱀' 또는 '도롱뇽'을 뜻한다.
특정한 정당 또는 후보자에게 아주 유리하게 선거구의 구역을 정하는 것을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이라고 한다. 말의 유래는 이렇다. 1821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 게리(F.Gerry)는 주민의 이해득실이나 지역적인 특성, 그리고 상대 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강행했다. 표만 많이 얻어 당선되면 그만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런데 게리가 바꿔 놓은 선거구의 지형을 보니 마치 살라맨더를 닮았다. 이 괴물을 닮은 선거구를 민주당이 그냥 놔둘리가 없다. 민주당 지지 정치평론가가 게리가 만든 선거구를 '게리맨더'라고 비꼬았다. '게리의 도마뱀'이라는 뜻이다. 이후 정치학에서는 불합리한 선거구를 말할 때 게리맨더링이라는 용어를 쓴다.
큰일을 치른 뒤에는 으레 뒷말이 따르기 마련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구획정이 결정됐지만, 이번 총선에서 전국 처음으로 '무(戊) 선거구'가 나오게 된 수원에서 '게리맨더링'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수원시는 이번 획정안에서 권선지역인 을선거구로 편입된 장안구 율전동과 권선동 중심의 신설 무 선거구로 묶인 영통구 영통 2동, 태장동을 게리맨더링 사례로 지적했다.
수원시는 지난달 29일 선거구획정위원회의 획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와 주민 서명부를 국회 의장실과 안전행정위원장실에 전달했다. 이번 선거구획정이 정치권의 이익에 맞춰 상식과 원칙에서 벗어난 채 이뤄졌으며 권선구청이 있는 서둔동을 팔달구 선거구에 넣어 구청 2곳이 한 선거구에 들어간 19대에 이어 게리맨더링이 재연됐다는 것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율전동은 오래전부터 자연부락이 형성된 장안구를 대표하는 지역이고 영통 2동과 태장동은 영통구의 중심"이라며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리 붙이고 저리 붙이는 선거구획정으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수원시민들의 생각은 딴데 가 있다. 게리맨더링 덕분에 수원 무선거구에서 새누리당 정미경 의원과 경제·교육부총리를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전 의원의 빅매치가 더 관심사다. 정치란 늘 그렇다.
/이영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