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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새누리당 여의도 당사에서 인천 남구 갑에 출마한 20대 총선 후보자들이 공천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의 4·13 총선 후보자 공천이 여론조사로 좌우되는 가운데 예비 여론조사 과정에서 자신에 유리한 결과를 유도하기 위해 백태가 빚어지고, '가나다순' 호명 원칙이 정해지자 뒤늦게 이름이 불려야 하는 후보들의 항변도 쏟아지고 있다.

특히 '상향식 공천' 원칙 아래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최대 100%에 이를 수 있어, 예비후보자들은 여론조사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리 지역구 여론를 탐지하기 위해 사전 여론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특정 후보측이 여론조사 호명 순서나 문항을 조작하거나 왜곡하는 탈법적인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가장 흔한 사례는 후보자 호명 순서를 임의로 설정하는 방법이다. 주로 특정 후보자의 이름을 맨 앞에 노출함으로써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을 상징하는 '기호 1번'의 연상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인지도도 높이려는 의도다.

공직선거법 제108조 8항 및 선거여론조사기준 제6조상 공표·보도를 목적으로 하는 선거여론조사 시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일정한 간격에 따라 순환하도록 돼 있지만 이를 어기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달 경기 포천 지역에서는 새누리당 예비후보에 대한 지역언론의 여론조사에서 후보자 성명을 일정한 간격으로 순환하지 않고 '나이순'으로 고정해 실시한 사례가 적발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준수촉구' 조치를 받았다.

지난 1월 실시된 이 조사에서는 예비후보 3인 중 가장 연장자인 이철휘 예비역 육군대장이 내내 1번으로 호명됐고, 장병윤 변호사와 현역인 김영우 의원이 각각 2,3번으로 호명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표·보도 목적이 아닌 후보자 캠프의 자체 여론조사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소규모 샘플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를 반복적으로 실시하면서 단순 이름 노출에 따른 인지도 상승효과를 노리는 동시에 유력 경쟁후보의 이름을 본선 경쟁 상대인 제1야당을 연상케 하는 '기호 2번'에 고정 배치하거나, 아예 문항에서 누락시키는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같은 사례는 특히 여당의 후보자가 난립하는 영남권에서 빈번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구의 한 지역구에서는 한 원외 예비후보가 실시한 '후보자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첫 번째 문항에서 후보자 전원의 이름을 한 차례 나열해 질문한 뒤 이어진 문항들에서는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높은 현역 의원의 이름만 빼고 조사를 이어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법적인 문제는 없지만 새누리당이 공천심사 참고용으로 실시한 ARS 사전여론조사에서 후보자 호명 순서를 로테이션(순환)하지 않고 '가나다순'으로 하기로 함에 따라 호명이 늦게 될 수밖에 없는 후보들은 결과가 왜곡될 수 있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선거여론조사기준상의 '순환 호명의 원칙' 조항에서는 조사 과정에서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 성명의 가나다순 또는 소속 정당의 국회의원 의석수에 따른 조사임을 밝힐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으며, 순환호명 원칙도 공표·보도를 목적으로 선관위에 신고 후 실시한 여론조사에만 해당된다.

따라서 정당의 내부용 여론조사의 경우 이를 준수해야 할 법적인 의무는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서울의 양천갑 예비후보로 공천을 신청한 최금락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순환 방식의 ARS 조사를 실시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단순 가나다순으로 호명할 경우는 결과가 상당히 왜곡될 수 있다"면서 "특히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층인 노년층의 경우 특별한 지지후보가 없는 경우에는 여당을 연상시키는 '1번'을 누르고 전화를 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이밖에도 때아닌 '유출사태' 논란을 빚고 있는 이번 사전여론조사와 관련, 당협위원장 또는 현역 의원의 경우 여론조사 실시일을 사전에 파악해 지지자들을 동원·대기시켰다거나, 앞서 특정 후보자가 의뢰한 여론조사를 많게는 10회 이상 실시한 여론조사업체가 대행사로 선정돼 결과의 편향성 우려가 있다는 등 예비후보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