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여성시대

한계에 다다른 남성의 경쟁력으로는 더이상 21세기를 주도할 수 없다. 지금껏 억제돼 온 여성의 잠재력을 끌어내 국가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정부도 이같은 여성정책의 기본방향을 정하고 전례 없는 투자와 지원을 시작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뿌리깊은 여성 차별과 해묵은 역할론은 21세기 여성시대의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여성시대를 맞는 우리 사회의 모순과 대안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1)양성평등 없는 가정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이모(33·성남 분당)씨는 올해로 결혼 7년째를 맞는 전업주부다.
 
유창한 영어실력에다 경영마인드까지 갖췄지만 대학졸업 후 곧바로 결혼하면서 두 아이의 엄마로 매일 8시간 이상을 음식준비와 아이들 뒷바라지에 사용하고 있다.
 
고된 집안일 때문에 분담을 요구하며 남편과 말다툼도 벌여봤지만 감정만 상한 채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이씨는 “그동안 돈 들여 배운 게 아깝고 사회생활도 하고 싶어 집안일을 분담하자고 했다가 오히려 부부싸움만 하게 됐다”면서 “남편반대가 심하고 아직 아이들이 어려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사분담 등 가정내 부부간 '양성평등'문제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은 채 골만 깊어가고 있다.
 
경기도가 발간한 2003경기여성통계자료에 따르면 도내 여성들은 음식준비 및 정리를 위해 하루평균 1시간58분, 청소 및 정리에 49분, 가족보살피기에 1시간54분을 소요하는 등 일반직장의 노동시간과 맞먹는 하루평균 7시간 이상을 가사노동에 사용하고 있다.
 
이런데도 부부간 가사분담 부분에서 88.5%의 응답자가 '부인이 주로 전담하고 있다'고 답해 지난 99년 당시의 91.1%와 비교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여성들이 가사일을 전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공평하게 분담하고 있다'는 응답자가 99년 6.8%에서 2003년 8.9%로 다소 늘어 가정내 양성평등관계가 진전되는 기미가 보였으나 아직도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특히 가정파괴로까지 이어지는 가정폭력은 최근 다시 급증 추세를 보이면서 가정내 양성평등문제를 크게 후퇴시키고 있다.
 
경기지방경찰청은 지난 한해 동안 발생한 가정폭력건수는 모두 2천990건으로 2002년 2천680건에 비해 11.5%가 증가했으며 가정폭력방지법이 제정된 지난 98년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2001년 2천749건보다도 많았다.
 
한옥자 전 경기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여성시대를 위한 양성평등을 위해서는 우선 가정에서부터 변화가 일어나야 하는데 그 변화의 바람은 아직도 미약하다”며 “호주제폐지나 부부재산공동명의제 등과 같은 법적인 조치 등도 가정내 양성평등실현을 위한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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