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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노래의 풍진(風塵)은 '바람에 날리는 티끌'이고 대표적인 티끌이 먼지 황사다. 티끌을 진개(塵芥), 진애(塵埃)라고도 하지만 세상이 곧 티끌이다. 중국에선 세상을 '천천(塵塵)'이라고 일컫지만 진세(塵世), 진계(塵界), 진경(塵境), 진해(塵海) 등도 세상을 뜻하는 단어고 진외(塵外)는 속세 밖, 세외(世外)를 가리킨다. 그럼 '이 몸이 죽어가서 백골이 진토 되어…'의 진토(塵土)는 뭘까. 흙 티끌이자 흙먼지다. 진개 역시 모래 티끌을 뜻한다. 티끌 塵자는 땅 위의 사슴을 형상화한 글자로 고상한 동물인 사슴들이 알면 화가 날 거지만 세상은 풍진이고 티끌이고 황사다. 그런데 설경(雪景)을 '백설경'이라 하지는 않는다. 모래 역시 파란 모래, 까만 모래가 없는 한 '황사'가 아닌 그냥 모래고 모래바람 현상, 비사(飛砂) 현상이다. sandy dust phenomena(모래 먼지 현상)다. 하물며 '홍진(紅塵)'이라니! 붉은 티끌, 붉은 모래란 말인가. 듣기만 해도 확 토할 것 같은 느낌 아닌가.

백년하청(百年河淸)이라는 말은 중국의 황하(黃河)가 글자 그대로 늘 흐려 있어 맑을 새가 없다는, 바꿔 말해 구제불능 상태를 뜻하지만 황하문명이 곧 황토 황진 황사문명이고 홍진 홍사문명이다. 황사 홍사가 서해로 흘러들어 황해(黃海)가 되고 '황해도' 지명도 그래서 생기지 않았던가. 그 중국 스모그 미세먼지와 황사야말로 문제다. 중국에선 '황사'보다 '풍사(風砂:펑사)'라는 말을 많이 쓰고 봄철 황사도 '春天的風砂'라고 하지만 아무튼 산둥(山東)반도→서해 5도와 인천은 중국 황사의 최단(最短) 직격 코스다. 인체 수난도 수난이지만 매년 봄철 황사 피해는 10조원을 넘는다는 게 환경연구기관 평가다. 더 큰 문제는 한반도를 덮친 중국 황사가 시속 100㎞로 날아 1주일이면 미국 북서부까지 날아든다는 거다. 그래서 생긴 말이 '스모겟돈'이고 '샌다겟돈(Sand+Armageddon)'이다.

황사주의보가 '다'가 아니다. 한·중 대책을 넘어 세계적인 대처가 급하다. 중국은 5일 전인대(全人代)에서 올해 GDP 성장률 목표를 6.5~7%로 낮췄지만 국방비만은 7~8% 늘렸다. 그걸 스모겟돈 샌다겟돈 방지비로 우선해야 하는 거 아닐까.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