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정된 (선거구 획정)안이 마음에 드십니까? 하지만 이 안을 오늘 통과시킬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선거를 연기하거나 치르지 못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입니다." 황 의원은 "서울에서는 49명의 국회의원을 뽑는데, 우리 지역(서울시 면적의 10배)은 단 1명이 다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며 "공룡 같은 선거구를 만들어 놓고 국회의원이 지역 대표성, 지역 발전을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황 의원 지역구 '홍천·횡성' 중에서 홍천은 철원·화천·양구·인제에, 횡성은 태백·영월·평창·정선에 각각 붙게 됐다. 그는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출마를 선언했는데, 이 선거구의 면적은 5천970㎢다. 서울(605.3㎢)보다 10배가량 넓다.
공룡 같은 선거구. 남의 일이 아니다. 인천 '서구·강화군을'에 있던 강화군이 '중구·동구·옹진군'에 붙으면서 723.78㎢ 규모의 '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이하 중동강화옹진) 선거구가 탄생했다. 면적은 황 의원 출마 지역보다 작지만, 농촌인 강화군과 어촌인 옹진군을 오가려면 배를 타야 하는 등 교통 여건은 더 나쁘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교통, 지세, 도시 특성, 행정구역이 고려되지 않은 것이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수도권이라는 점이다. 4개 이상의 시·군·구로 구성된 선거구는 전국에 총 10개가 있다. 이 중 중동강화옹진을 제외한 나머지 9곳은 강원, 충북, 전북, 전남 등 모두 지방의 농어촌 지역이다. 수도권에선 중동강화옹진이 유일하다.
수도권 안의 '공룡 선거구' 중동강화옹진. 덩치만 컸지, 속을 들여다보면 매우 낙후됐다. 강화군과 옹진군은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각종 규제로 지역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화군과 옹진군을 언제까지 수도권 규제 대상으로 묶어 놓을 것인가. 중동강화옹진 선거구가 탄생한 것은 물론, 수도권에 공룡 선거구가 있다는 것 또한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목동훈 인천본사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