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독서 외면
권장 도서도 지나치게 어려워
읽으려는 의욕마저 떨어뜨려
'읽기' 중요성과 의미 강조
자연스럽게 학업 연계 시도 필요
이처럼 거의 모든 국민들이 전통적인 인쇄매체를 통한 '읽기'보다는 고해상도를 자랑하는 스마트 폰을 활용해 현실 '보기'에 빠져들고 있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의 하루 평균 책 읽는 시간이 6분으로 나타났다. 또한 성인 독서율은 65%로 집계되었는데,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어른이 열 명 중 서너 명에 이른다는 의미이다.
우리나라의 미래인 학생들 역시 학업과 관련된 교과서와 참고서 이외에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독서로만 놓고 보면, 한국은 성인이나 청소년을 막론하고 모두 퇴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독서의 퇴보와 부재(不在)는 창의성이 요구되는 지식 기반 경쟁 사회에서 개인과 국가에 치명적인 손상을 준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요새 특히 젊은 세대들은 컴퓨터와 스마트 폰을 통한 '보기'에 친숙해져 지식 습득의 필수 도구로 영상매체를 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이 '보기'와 '읽기'를 병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기'에만 치중한다는 점이다. 사실 '보기'에 비해 활자를 해독하고 매 순간 집중해야 하는 '읽기'의 과정이 훨씬 어렵고, 피곤하다는 것은 필자도 인정한다. 일례로 소설 한 권을 읽기에는 며칠을 투자해야 하지만 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는 두어 시간을 보기만 하면 되므로 훨씬 쉽고 큰 노력 없이 지식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보기'라는 행위가 상당히 수동적인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반면, '읽기'는 개개인의 주체성을 담보해 주는 행위라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읽기'는 주어지는 정보에 강제로 따라 다니기보다는 개개인의 상상력에 따라 주체적으로 정보를 습득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갖는다. 교육 현장을 경험한 많은 분들이 모든 학습의 시작은 '읽기'로 시작된다고 지적하는데, '읽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고도의 지적 능력과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을 무작정 비난하기 보다는 사람들이 '읽기'를 멀리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이들을 다시 '읽기' 활동에 동참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최근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달로 매년 최신 스마트 폰이 출시되면서 '보기'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영상 세대인 학생들에게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지난 십여 년 동안 선진국에 비해 유독 우리의 '읽기' 열정이 계속 식어가는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교육 현장에서 그 문제를 풀어 나아가야 한다고 본다. 현재 대학 입시라는 과중한 스트레스 속에서 학생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학업과 직결된 책읽기 외에 진정한 독서의 중요성은 간과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학입시를 겨냥해 학생들에게 권장되고 있는 도서 역시 지나치게 어렵고 현학적인 내용들이 많아 오히려 독서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정규 수업에서 '읽기'의 중요성과 의미를 강조하고, 자연스럽게 학업과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선진국들은 앞 다퉈 '읽기 혁명'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대통령이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영국은 전국의 모든 아기에게 책 선물을 해주는 '북스타트(BookStart)' 운동을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부터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젊은 층의 '읽기' 권장을 위해 '독(讀)한 습관' 강연회를 개최하는 등 사회적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데, 국가적 차원에서 대국민 '읽기 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문철수 한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