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이 펼쳐진다. 구글 회장은 이에 관해 두 가지 언급을 했다. 그 중 하나는 대국 결과가 어떻게 되든지 인류가 승자라는 것이다. 그 맥락을 읽어보면 이세돌이 이기면 인간의 승리이고 알파고가 이겨도 그렇게 똑똑한 알파고를 창조해낸 것이 인간이기에 어쨌든 인류의 승리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인공지능기술로 인간은 더 똑똑해지고 세상은 더욱 편리해진다는 전망을 밝혔다. 과연 그럴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이 진정으로 편리해질까에 대해서도 그렇고 인간이 더 똑똑해지고 인류가 승자가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더욱 회의적이다. 오히려 인류는 오만의 대가로 자기가 만든 인공지능에 의해 전멸할 수 있다는 끔직한 상상을 해본다.
삼국시대, 오나라의 여몽(呂蒙)은 싸움은 잘했지만 배움이 짧아 은근히 무시당했다. 그에게 손권(孫權)이 문무를 겸할 것을 권하며 책속에서 지식을 넓혀갈 것을 당부하였다. 여몽은 이론과 역사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얼마가 흘러 오나라의 노숙(魯肅)이 여몽에게 몇 가지 수작을 걸어보자 여몽은 막힘이 없을 뿐 아니라 노숙이 당황할 만큼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당황한 노숙이 여몽에게 물으니까, 여몽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무릇 선비는 사흘이 지나면 사람을 대할 때 눈을 비비며 다시 보아야 합니다." 알파고의 브랜드로 나온 인공지능은 쌈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는 현대판 여몽이다. 달라진 여몽을 다루려면 다루는 자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