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열심히 생을 살아온 노고로 풍요로운 여생을 보내야 할 우리 노인들의 현실은 참담하다. 우리나라 노인의 자살률은 OECD 평균의 6배로 압도적인 1위다. 노인의 빈곤율은 45.6%로 OECD 평균 빈곤율인 11%에 비하면 이 역시 창피할 정도다. 더 암울한 것은 고령화 지수와 노인부양비 등의 증가 추세로 볼 때 앞으로도 사정이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예상 때문이다.
누구나 노인이 되어야 하는 삶에서 장애와 질병, 고독 보다 경제적인 빈곤이 자살이나 자기방임의 주요인이라는 것은 노인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체감하지 못하는 정말 슬픈 일이다. 노인들에 대한 주거, 의료, 여가선용 등 제반 노인문제의 해결책은 예산지원이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은 필자의 경험에서 비롯된 소신이요, 철학이다. 일하고 싶어 하는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것은 단순한 경제논리로 접근해선 안 된다. 인천시는 보건복지부가 주관하는 노인일자리 전국평가대회에서 3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얻었다. 또 인천시의 노인복지수준은 전국 16개 시, 도 가운데 중상위권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해 준 담당 공무원들과 일자리 창출에 땀 흘린 전담기관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인천시는 지난해 2만여 개의 노인 일자리를 제공했고 올해는 3천여 개가 증가한 2만3천여개를 만들 계획이라 한다. 이미 전국적인 수범사례로 인정받은 실버카페, 실버택배, 노노케어 등 특화된 사업을 통해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이 부족한 일자리다. 그래서 노인일자리 창출의 대안으로 연령제한이 없는 통리 반장을 위촉할 때 그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노인들을 우선 위촉하는 안을 건의해 본다. 그 지역에서 오래 거주한 노인들은 지역사정에 밝아 지역문제를 잘 조정할 수 있다. 또 지역의 어른 역할을 할 수 있고 특히 공직자 출신의 경우 행정의 이해심과 정부시책에도 호응할 것이다. 인천에는 약 2만1천명이 넘은 통리반장이 있으니 군, 구의 조례를 개정해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두 번째는 백화점, 대형마트 등 대형유통업체에 있는 식당가에서 식기수거 및 식탁청소, 정리정돈을 하는 싱가폴의 경우처럼 노인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다. 이는 유관기관과 기업의 협약만으로도 가능한 일이며 수천 명의 노인 일자리 창출과 함께 청결한 식당 문화 조성과 고객서비스 면에도 일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젊은 일손은 산업전선에 투입,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노인들이 살기 좋은 도시가 곧 모두가 어우러지는 선진도시이다. 지역사회 구성원들 모두에게 따스한 햇볕이 골고루 비추게 하는 것, 그것이 시정의 궁극적인 목표가 돼야 한다. 최고의 복지는 어르신이 활짝 웃는 사회일 것이다.
/신원철 인천광역시장노인복지특보·前인천광역시 연수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