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9일 윤상현 의원의 '김무성 공천 배제' 발언 파문으로 발칵 뒤집혔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내 친박(친박근혜)계 대표적 실세로 통하는 윤 의원의 '김무성을 죽여야 한다'는 발언을 당내에서는 단순한 실수로 여기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윤 의원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하는 내용을 녹음한 녹취록을 이날 추가 공개한 채널A의 보도에는 "(김 대표를) 내일 쳐야 돼. 내가 A형한테다가, B형 해 가지고 정두언이 하고 이야기할 준비가 돼 있어"라고 윤의원이 발언한 것으로 돼 있어 '사전 모의설'까지 제기됐다.
윤 의원이 언급한 이들은 모두 친박계로서 A는 중진 의원, B씨는 의원은 아니지만 2012년 대선에서 활약한 실세 중의 실세로 꼽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A로 유력하게 지목된 의원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런 식으로 작업하고, 공작하지 않는다"면서 "일부에서 얘기하듯 윤 의원이 허풍을 떨었는지, 의원을 팔았는지 모르지만 자유지만 의원은 떳떳하다"고 말했다.
윤 의원이 전화 통화를 한 상대와 실제 사전에 친박계가 전략공천을 계획했는지 여부, 또 이를 옆에서 녹음한 인물과 녹음 파일을 제보한 이유 등이 모두 미궁 속에 있어 사태는 쉽게 가라 앉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비박계는 윤 의원과 전화 통화한 상대방의 실체를 추궁하고, 더 나아가 윤 의원의 정계 은퇴까지 요구하며 압박했다.
54세의 윤 의원이 전화 너머 상대방을 꼬박꼬박 '형', '형님'이라고 지칭했다는 점에서 나이를 기준으로 10여명의 당과 청와대의 실세 친박계 인물들이 거론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실세로 통했던 이재오 의원은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 "윤 의원은 공관위원들에게 전화했거나, 아니면 공관위원들에게 오더(지시)를 내릴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했을 것"이라면서 "밝혀지지 않는다면 의원총회를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관위원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은 MBC라디오에서 "이보다 더 작은 막말도 심사를 하는데 윤 의원이 정계를 스스로 은퇴하든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친박계 강경파는 정치 공작 의혹을 제기하며 발끈했다. 수세에 몰린 비박계가 국면전환을 위해 윤 의원의 사적 대화 내용을 터뜨리는 데 개입했다는 주장이다.
한 친박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언론 보도가 나오자마자 김 대표 측에서 즉각 반응이 나온 게 석연치 않다"면서 "제보자가 바로 언론사로 간 게 아니라 일단 중간에 누군가를 거쳐 계획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윤 의원이 자신의 지역 사무실에서 누군가와 통화하는 내용을 옆에서 녹음해 언론사에 제보한 인물과 비박계간 모종의 유착을 의심한 것이다.
하지만 일단 친박계는 사태 봉합에 나섰다.
윤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대표님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는 말씀을 드리러 왔다"면서 "그러나 공천에 개입하려는 시도는 절대 하지 않았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이 없다"고 해명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번 살생부 파문을 염두에 둔 듯 "김 대표도 우리와 그렇게 했을 때 넘어갔다"면서 "윤 의원이 술도 좋아하고 그래서 술 먹고 한 거니까 김 대표가 통 크게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친박계가 살생부 파동 국면에서 김 대표의 사과를 받는 수준에서 사태를 조속히 덮고 갔던 점을 상기하며 이번에는 김 대표의 이해를 요구한 것이다.
조기 진화를 위해 10일 예정된 최고위원회의에 윤 의원을 출석시켜 발언의 경위를 소명토록 하고, 김 대표에게 사과토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 대표는 이날 사과를 위해 국회 대표실로 찾아온 윤 의원과의 면담을 거부하고,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도 침묵을 이어가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이번 사태는 공천 심사 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는 당초 9일 그동안 심사를 토대로 공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하루 미뤄 10일 공개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발표하더라도 단수·우선추천지역을 포함한 2차 '컷오프(현역 의원 공천배제)' 명단 발표는 보류하고, 경선 지역만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핵심 당직자는 "내일 공천 심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면서 "정치적으로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윤 의원의 발언으로 '비박 살생부'가 실존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재등장한 상황에서 당 안팎에서 나돌던 정체불명의 살생부에 포함됐던 현역 의원이 낙천할 경우 '표적공천 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