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의 도시 파주시가 지난 1월 말부터 파주 문산역~양평 용문역의 경의중앙선에 '독서바람 열차'를 운행 중이다. 독서 '바람(風)'인지 '바람(望)'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 얼마나 멋진 열차인가. 스마트 폰만 생이 땅 구멍 들여다보듯 하는 게 아니라 책도 읽는 열차라니! 하지만 책도 책 나름이다. 어떤 책을 보느냐가 중요하다. 가급적이면 한자가 나오는 책, 한자 관련 책을 보는 게 좋다. 그게 지혜의 샘, 슬기의 보고(寶庫)이기 때문이다. 스마트 폰만 해도 한자 표기가 없는 건 smart phone이 아니라 fool(바보) phone, lunkhead(돌대가리) phone일 뿐이다. 매주 월요일 KBS TV 프로 중 하나가 '우리말 달인'이지만 한자 쓰기는 없다. 달인에 등극(?)한 사람들에게 달인이 무슨 뜻인지, 달인을 한자로 어떻게 쓰는지를 물었어도 과연 달인이 됐을까.
국어사전은 '달인'을 '학술과 기예에 통달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중국의 '達人(다런)'이라는 말은 '널리 사물의 도리에 통달한 사람'이라는 뜻도 있지만 도를 닦아 초인의 경지에 이른 철인(哲人:저런)을 가리킨다. 같은 한자를 쓰는 일본서도 達人(타쓰진), 達者(타쓰샤)는 '명인(名人)'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요즘 지하철 칸엔 노랗고 빨간 색의 좌석이 군데군데 별도로 표시돼 있다. 이른바 '임산부' 자리라는 거다. 하지만 '姙産婦'는 글자 그대로 아이를 밴 임신부와 아이를 출산한 출산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임산부 자리가 아니라 그곳에 표시된 '만삭' 그림처럼 임신부 자리다. 한자를 모르는 문맹의 소치다. 지난 1월 17일 고교생 TV 프로 '골든 벨을 울려라'에서는 인천 고교생들이 '仁川'이라는 한자를 못 썼고 3월 6일 여수 모 고교에선 '正直'이라는 교훈을 못 쓰는 학생이 다수였다. 그러니 교훈이 됐겠는가.
오늘의 한자는 중국의 파격적인 간자(簡字) 사용으로 인해 글자 모양도 다르고 단어 뜻도 다르고 발음도 전혀 다르다. 한·중·일 한자와 한자어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상세히 비교 설명한 사전도 서점에 있다. 우리 한자는 우리만의 고유한 글자라는 걸 모르는 거야말로 통탄스런 무지몽매의 극치다. 한자를 모르면 우리말 달인도 반(半)문맹이 아닐 수 없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