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9일 자신을 겨냥한 욕설과 막말로 파문을 일으킨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윤상현 의원의 면담 요청을 정면으로 거절했다.
윤 의원이 이날 오전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사과의 뜻을 전하고자 국회 본관에 있는 대표 집무실을 찾아와 약 20여 분 간 기다렸지만, 김 대표는 대면 자체를 거부한 채 먼저 집무실을 떠났다.
김 대표를 따라간 기자들이 막말 파문과 관련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지만, 김 대표는 줄곧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 '침묵'을 지켰다.
'윤 의원이 기다렸는데 면담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만 "허~참"이라는 탄식을 내놓았을 뿐이었다.
평소 기자들의 질문에 잘 응대해주던 것과는 전혀 다른 낯선 모습이었다.
윤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김 대표는 전날 밤에도 윤 의원으로부터 여러 차례 걸려온 전화를 일절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윤 의원은 면담 시도가 실패로 돌아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김 대표에게) 전화를 드렸는데 안 받으셨고, 진의를 말씀드리러 왔는데 대표께서 옆문으로 빠져나갔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말 윤 의원은 '공천 살생부' 파문과 관련, 신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지인과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화통화를 하면서 김 대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낙천시켜야 한다고 발언한 녹취록이 유출되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김 대표는 앞으로도 윤 의원을 만날 생각이 전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이날 집무실을 찾아온 조원진 원내 수석부대표의 윤 의원 면담 건의에 대해서도 "오늘은 만날 기분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의원은 10일에도 김 대표를 찾아가겠다는 계획이지만, 그의 언행에 격노한 김 대표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공천 살생부' 파문 이후 계속돼온 김 대표의 침묵은 이번 파문을 계기로 더욱 길어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도 공개 발언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여권에서는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를 놓고 여러가지 해석이 나온다.
우선 "김무성 죽여버려"라고 한 윤 의원의 통화 발언을 어느 정도 유력한 가능성으로 받아들인다고 가정하면, 김 대표 자신도 상당히 충격을 받아 당장 대응 전략을 짜지 못하는 상태일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른 한편에선 김 대표가 친박(친박근혜)계의 무차별 협공에 고립된 '피해자'의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반전'의 계기로 만들려는 고도의 정치적 행보를 보이는 것이란 해석도 적지 않다.
어찌 됐든 공천 살생부 논란에 이어 터진 친박 핵심 의원의 '김무성 제거' 발언 파문은 비주류인 김 대표에게 '악재'이기보다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는 제1차 지역구 후보 압축과 비례대표 공천 방식 논의 등에서 친박계에 일방적으로 밀리며 '사면박가(四面朴歌·사방이 친박의 노래)'에 처했던 김 대표가 반격을 도모할 틈을 찾았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이번 막말 파문을 재빠르게 수습하고 다시 공세의 고삐를 조이려는 친박계도 물밑에서 대응 전략을 짜느라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양측의 공천 갈등은 또 다른 고비를 맞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