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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왼쪽)가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명륜2가 아름다운 극장에서 열린 '인공지능 알파고와 바둑 콘서트' 행사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 공동대표는 9일 '바둑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 간 대국을 직접 관전하며 35일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을 겨냥한 포석에 대한 묘수 구상에 나섰다.

정치 '책사'로도 꼽히는 김 대표는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인간의 직관적 통찰력에 바탕을 둔 정치를 강조한 반면, 벤처 기업인 출신인 안 대표는 "느려터진 정치를 바꿔야 한다"며 '정치권 변화'를 강조하며 장외 수싸움을 벌였다.

김 대표는 이날 대국장인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을 방문해 잠시 대국을 직접 관전했다. 김 대표는 기자들에게 "이세돌을 응원하러 왔다"며 이 9단의 승리를 기원했다.

바둑에 대해선 문외한인 김 대표는 당초 대국장을 방문할 계획이 없었지만, 안 대표의 대국 관전 일정을 보고받고 일정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 중 "안철수가 오늘 이세돌 대국 참관하러 간다는데"라는 쪽지가 김 대표에게 전달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대국 시작 전 만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로부터 바둑을 안 두지 않냐는 질문을 받고는 "(바둑알을) 만져는 봤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사람이 머리로 하는 게 뇌가 움직이는 것이다. 잘 굴러가야 한다"면서 "정치는 사람이 하는 것이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둑이나 정치 모두 논리적 사고력보다 인간 특유의 직관적 통찰력이 중요하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왔다.

원 원내대표는 "서양의 체스는 남을 죽여야 끝나지만 바둑은 상생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정치권도 바둑처럼 조화롭게 공존하는 상생의 정치를 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원 원내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과 함께 대형 스크린으로 10여분간 대국을 지켜보다 다음 행사에 참석차 행사장을 빠져나왔다.

김 대표는 '승부를 예상해달라'는 기자들의 요청에 "아무래도 사람이 이기겠죠"라고 했고, '바둑을 둘 줄 모르냐'는 질문에는 "한 번도 안 둬봤다. 답답해 가지고"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서울 대학로의 소극장 '아름다운 극장'에서 대국을 관전했다. 안 의원은 이 지역 현역 의원인 더민주 정세균 의원과 조우해 대화하면서 자신을 "20년 전 아마 2단"이라고 소개했다.

안 대표는 인사말에서 "바둑은 제 취미이고 IT(정보기술)는 제 전공분야이다. 이 두 분야가 만나는 곳에 제가 어떻게 빠질 수 있겠나"라며 '뉴런 네트워크'라는 컴퓨터 개념을 소개하는 등 전문성을 과시하기도 했다.

특히 '기업은 시속 100마일 속도로 변하지만 정치는 3마일 속도로 변한다'는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을 인용, "30분의 1 속도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고 여러 답답한 점도 많다"며 "이 느려터진 낡은 정치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빠른 변화를 만들까 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변화'를 역설했다.

안 대표는 이세돌의 패배 소식 이후 트위터를 통해 "아직 네 판이 더 남았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인류는 위대함과 초라함을 동시에 느낄 것이다. 미래는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 인류 문명의 대전환기에 서있다. 오늘의 승부는 기술의 속도가 우리 상상보다 훨씬 더 빠르다는 것을 입증했다"며 "미래의 변화를 대비해야 한다. 알파고가 이룬 업적이 인류에게 커다란 도전과 새로운 기회가 되도록 우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