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알파고의 실력은 놀라웠다.
대결 직전까지 이세돌의 우세가 지배적이었으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알파고는 이를 비웃듯 무서운 실력으로 이세돌을 흔들었다.
알파고는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세계 프로바둑 1인자와의 첫 대결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인공지능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됐다.
9일 오후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세계 최정상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은 흑을 잡은 이세돌이 186수만에 돌을 던짐으로써 알파고의 승리로 돌아갔다.
대회 전날까지 승리를 자신했던 이세돌은 첫 대국에서 충격적인 불계패를 당함으로써 남은 대국에서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구글측이 유튜브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하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대국은 각종 포털사이트와 주요 방송사, 인터넷 매체 등도 생중계에 나서고 국내외 취재진까지 몰려 세계적인 관심을 입증했다.
대국은 딥마인드의 개발자이자 아마추어 바둑 6단인 아자황이 알파고를 대신해 돌을 가리는 것으로 시작됐고, 이세돌이 흑을 잡아 선수를 뒀다.
이세돌이 첫수로 우상귀 소목을 선택하자 알파고는 예상외로 시간을 끌다가 1분30초 만에 좌상귀 화점에 돌을 놓으며 본격적인 수 싸움을 시작했다.
초반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거칠게 몰아붙이며 주도권을 잡았다. 알파고는 상변에 세력을 구축한후, 우변을 차지한 이세돌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이세돌은 침착하게 알파고의 공세를 막아내면서 중앙에 세력을 쌓아 좌중앙에 큰 집을 만들어 냈다.
알파고의 저력은 이때 드러났다.
알파고는 이세돌의 우세가 점쳐지던 상황에서 백 102수로 우변 흑집을 치고 들어갔고, 예상밖의 한 수에 이세돌은 흔들렸다.
이세돌은 장고를 거듭하며 대응에 나섰지만 결국 우상변 흑집을 지켜내는데 실패, 알파고는 이 '신의 한 수'로 전세를 완전히 뒤집었다.
이후 이세돌은 알파고와 치열한 접전을 벌이며 반전을 노렸으나, 알파고가 가진 7.5집의 '덤'을 뒤집을 만한 수를 찾지 못했다.
결국 이세돌은 186수만에 고개를 흔들며 돌을 던졌다.
구글 자회사인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고는 이번 대국 승리로 인공지능 역사에 한 획을 긋게 됐다.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챔피언 판후이 2단을 5-0으로 완파한데 이어, 세계 프로바둑 1인자와의 대국에서도 깜짝 승리를 거둬냄으로써 인공지능의 놀라운 가능성을 증명해냈다.
이번 대회 개최 발표 이후 4%가 넘는 주가 상승 등 '짭잘한' 효과를 보고 있는 구글측은 이날 알파고의 제1국 승리로 전 세계적인 광고효과까지 얻어내면서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어낼 전망이다.
한편, 다음날인 10일 오후 1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이세돌과 알파고의 제2국은 이세돌이 첫 대국의 패배를 만회하고 '세계 최고 인간'의 저력을 보여줄 주 있을지 관심이 모아 진다.
이세돌은 이날 대국 후 진행된 미디어 브리핑에서 웃음을 보이며 "진다고 생각 안 했는데 너무 놀랐다"고 소감을 전했다. /박상일기자 metr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