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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른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김 대표는 이 날도 모두 발언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침묵이 오래 이어지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2일 최고위원회의를 시작으로 10일까지 8차례에 걸쳐 자신이 주재해온 회의에서 공개발언을 않고 있다.

애초 공천 기준을 둘러싼 이한구 공직자후보추천관리위원장과의 갈등 과정에서 시작된 '묵언정치'가 이른바 '공천 살생부 논란'과 자신을 겨냥한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 국면으로 이어지도록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화통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어 전날 윤 의원의 사과 방문을 받아주지는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예상과 달리 만남 자체를 거부했다. 이날 아침엔 윤 의원이 김 대표의 자택을 찾아가 사과했지만 엘리베이터에서 잠시 만났고, 사과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김 대표측은 전했다.

뿐만아니라 윤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소명하려고 한다는 얘기를 측근으로부터 윤 의원이 도착하기 5분 전에 회의장을 떠나 만남을 고의로 피했다.

이어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김종필(JP) 전 국무총리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도 '출근길에 윤상현 의원을 만났느냐', '공관위의 경선 지역 발표에서 누락됐다' 등 취재진의 질문 세례에도 입을 굳게 닫은 채 자리를 떴다.

김 대표가 이처럼 '묵언정치'를 이어가자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김 대표의 '입'에 쏠리며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우선 당 안팎에서는 윤 의원의 발언이 단순한 '취중 말실수'인지, 특별한 배경이나 의도가 있는 발언이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김 대표가 전체적인 상황 파악에 주력하느라 말을 아끼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대표는 최근까지 '공천 살생부 발언' 파문으로 인해 정치적 수세에 몰렸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대응하기 위해 장고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또 이번 막말 파문의 장본인인 윤 의원과 '김무성 솎아내기'의 배후로 비박(비박근혜)계가 지목하고 있는 친박(친박근계)계의 파문 수습을 위한 결자해지 노력과 조치를 지켜본 뒤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가능하다.

당 주변에선 윤 의원의 "김무성 죽여버려"라는 말에서 드러난 것처럼 '김무성 솎아내기'를 위한 거대한 음모가 실제로 있다고 김 대표가 받아들인다면 앞서 18·19대 총선 때 두 차례 공천 탈락의 트라우마가 있는 김 대표 자신도 상당히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 대표가 연일 자신을 찾아오는 윤 의원과의 면담을 거부하는 것만 봐도 얼마나 화가 났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뿐만아니라 일각에선 김 대표가 당내 비박계를 물갈이하고 전략공천을 시도하는 친박(친박근혜)계의 무차별 공세에 맞서 상향식 공천을 관철하기 위해 나홀로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듯한 '피해자'의 모습을 부각함으로써 이번 사태를 '반전'의 계기로 만들려는 정치적 계산이 깔린 대응이라는 해석도 있다.

어쨌든 공천 살생부 논란에 이어 '현역 의원 컷오프'가 현실화되며 당내 공천 갈등이 격화하는 와중에 벌어진 친박 핵심 의원의 '김무성 솎아내기' 발언 파문은 김 대표에게는 악재이기보다는 일단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당내에선 이번 파문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올 총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조속하고 투명하게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아 김 대표의 '묵언정치'가 언제까지 이어지고 어떤 효과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당사 앞에서는 김 대표의 지지자 200여명이 모여 윤 의원의 정계 은퇴와 이한구 위원장의 사퇴 등을 촉구하는 '규탄 집회'를 열기도 했다.

김 대표의 팬클럽인 '김사모' 소속 회원들과 부산 영도구 당원들로 알려진 이들은 이날 새벽 전세버스를 대절해 서울로 올라와 2시간가량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의 손에는 '상현아, 대통령 누나 빽 믿고 그러냐', '전교 꼴찌 이한구가 전략공천 웬 말이냐' 등의 문구가 쓰인 피켓이 들려 있었다.

이들은 친박계에 대해서도 "20대 국회에 들어가지 말아야 할 사람들이 바로 당과 민주주의를 망치는 친박, 친박을 해체하라"고 목청을 높이는 한편 현장에서 '상향식 공천 관철, 막말 정치인 퇴출'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