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대표로 나선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에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이세돌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알파고에 211수 끝에 백 불계패했다.
전날 알파고의 냉철함에 허를 찔린 이세돌 9단은 2국에서 전에 없던 신중함으로 무장해 혼신의 힘을 다했으나 끝내 구글이 자랑하는 '슈퍼컴퓨터' 1천200대의 엄청난 계산력을 넘어서지 못했다.
이날 이날 돌을 바꿔 흑으로 시작한 알파고는 초반 3수째 소목을 두는 등 변칙 수를 연발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이세돌과 프로기사들을 더욱 놀라게 한 수는 13수째다.
알파고는 우하귀에서 정석을 늘어놓다 갑자기 손을 빼고 상변에 '중국식 포석'을 펼쳤다.
바둑 TV를 통해 해설한 김성룡 9단은 "어! 인간 바둑에서는 처음 보는 수"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세돌 9단도 당황한 듯 초반에 5분 가까이 장고를 하다 좌변을 갈라쳤다.
이어 알파고는 다시 우하귀로 돌아와 흑이 한 칸 벌린 곳을 들여다봤다.
이 수에 대해선 대다수 프로기사가 '악수'라고 지적했으나 일각에서는 "무슨 의미가 담긴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의구심도 품었다.
알파고는 37수로 우변 백돌에 입구 자로 어깨를 짚었는데 프로 바둑에서는 잘 나오지 않는 수다.
의외의 수를 당한 이세돌 9단이 10분 가까이 장고하다 중앙으로 밀어 올리자 알파고는 한 수만 받은 뒤 이번에는 좌하귀로 방향을 틀었다.
좌하귀에는 알파고가 먼저 전투를 걸었지만, 이세돌이 하변을 타개하면서 좌변에도 집을 만들어 미세하게나마 앞선 채 중반으로 돌입했다.
특히 이세돌은 중반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다 하변에서 집을 확보해 다소 앞섰다.
그러나 이후 알파고가 중앙 백 대마를 공격하자 갑자기 흔들리고 말았다.
알파고의 날카로운 맥점에 위기를 느낀 이세돌은 대마를 전부 살릴 가능성이 없자 좌상중앙의 다섯 점을
떼주고 우상귀 흑집을 도려냈다.
하지만 이 바꿔치기는 명백히 이세돌의 실패라는 게 프로기사들의 평가다.
바꿔치기에 실패하면서 반상의 형세는 갑자기 알파고쪽으로 기울었다.
전날 알파고의 우변 침투 한 방에 무너졌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이세돌은 이후 마지막 1분 끝내기에 몰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했지만 '인공지능'은 좀처럼 허점을 드러내지 않고 완벽한 끝내기로 마무리해 항복을 받아냈다.
이번 패배로 이세돌 9단은 총 5차례 열리는 알파고와의 대결에서 승리 없이 2패를 떠안았다.
이세돌 9단은 이제 남은 세 판을 모두 이겨야 이번 대국의 승자가 된다.
남은 세 판에서 1패만 더해도 구글 딥마인드가 내건 상금 100만 달러는 날아간다.
제3국은 하루 쉬고 12일 오후 1시 열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