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0일 정청래 의원을 공천배제(컷오프)한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동료 의원들은 재심을 요구했고, 지지자들은 당사 앞 항의시위를 하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정 의원에 대한 컷오프는 숱한 진통을 거쳤다.

공관위원들은 격한 토론에도 뜻을 모으지 못하고 가·부 투표로 결론을 내렸다.

다른 의원에 대한 투표 결과는 전날 확인을 했지만, 정 의원 투표 결과만은 이날 개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마저도 위원들이 확인하기 두렵다는 듯한 반응을 보여, 홍창선 공관위원장 혼자서 확인했다는 후문이다.

비대위에 보고하는 과정에서도 격론이 이어졌다.

특히 박영선 비대위원은 회의에서 "(정 의원의) 지지자들을 고려해야 한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고, 다른 위원들도 컷오프 반대 의견을 편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는 "무슨 얘기인지 알겠지만, 공관위 결정대로 가자"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더민주는 정 의원의 컷오프를 발표했으나, 당내 일각에서는 즉각 반발이 터져나왔다.

친노무현계로 이번 총선에 불출마하는 김용익 의원은 트위터에서 "정청래를 탈락시켰으면 박영선도 탈락시켜야지요. 있지도 않은 친노 '패권'이나 탈당한 주승용에 대한 '막말'은 해당행위고 당을 파탄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탈당파들은 통합 대상이라는 건가요"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은 당을 지키느라 '막말'을 했지만 박 의원은 김종인 대표가 오기 직전까지 탈당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며 "누가 더 당에 해로운 사람인가"라고 반문했다.

진성준 최민희 의원도 "재고를 요청한다"고 했고, 은수미 의원은 "정부여당을 향해 두려움 없이 발언하고 당 방침을 관철하려 한 의원이다. 재심 기회를 달라"고 했다.

SNS에서도 지지자들이 "나도 탈당하겠다" 등 비판 글을 쏟아냈고, 더민주 공식 홈페이지와 의원 공식 사이트는 접속 폭주에 마비되기도 했다.

김종인 대표는 이날 저녁 서울 동교동에서 청년들과 호프미팅을 할 예정이었지만 정 의원 지지자들이 온다는 소문에 장소를 급변경했다. 한 때는 행사 취소까지 검토됐으며 새로운 장소는 일부 기자들에게만 공지됐다.

팟캐스트인 '이이제이'에서는 진행자인 이동형 작가가 정 의원 컷오프를 비판하며 박 비대위원과 이철희 전략기획본부장이 사적으로 나눈 대화의 녹음본을 공개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녹음본을 들어보면 이 본부장이 컷오프에 대한 여론이 안좋다고 얘기하자, 박 위원장이 "SNS에서 (여론이)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본부장이 이번 컷오프가 너무 약하다는 일부 여론도 있다고 설명하자, 박 위원장은 "(그런 비판에는) 휘둘리면 안 된다"고 대답했다.

오후 5시부터는 여의도 당사 앞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제안으로 지지자들의 항의 시위도 열렸다. 지지자들은 "정청래 죽이기 결사반대! 당대포 사라지면 총선필패!" 등의 팻말을 들고 컷오프 철회를 요구했다.
한편 정 의원의 의원회관 사무실은 종일 잠겨 있었다.

정 의원 역시 별도의 반응을 내놓지 않은채 두문불출하며 침묵을 지켰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도 새로운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

정 의원과 함께 공천배제 대상에 포함된 윤후덕 의원도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채 저녁 7시 30분께 기자들에게 보낸 휴대전화 메시지에서 "공관위의 공천배제 판단에 대해 재심을 청구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