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도피해를 신고한 10대 중학생들에게 '피해사실을 말하지 말라'고 종용한 뒤 발생보고도 하지 않고 사건을 묵살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때문에 피해 학생 2명이 사건 발생 직후 한때 가출해 학교 시험조차 치르지 못하는 등 정신적 충격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유모(13·중1), 정모(13·중1)군 등 5명은 지난 7일 오후 3시30분께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의 한 공공도서관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다 20대 중반의 남자에게 폭행을 당하고 현금 8천700원을 빼앗겼다.

당시 이 남자는 정군 등에게 다니는 학교 등을 묻고 일렬로 세운 뒤 차례로 주먹으로 얼굴 등을 때렸다.

또 유군이 고통으로 쓰러지자 발로 차는 등 폭행한 뒤 돈을 빼앗아 인근 주방용품 가게 옆에 세워둔 승합차를 타고 사라졌다.

유군 등은 폭행현장을 보고 쫓아 온 한 아주머니의 권유로 이 남자가 타고 간 승합차의 뒷번호를 확인, 관할 경찰 지구대에 강도 피해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를 접수한 B순경은 피해현장을 확인하고 지구대로 돌아온 뒤 유군 등에게 “폭행당하고 돈을 빼앗겼다는 말을 하지말라”고 종용한 뒤 사회봉사활동 확인서를 끊어주고 귀가시켰다.

B순경은 특히 사건발생 보고를 하지 않았고 이 사실을 다음 근무자에게 알리지도 않은 채 퇴근, 부모가 가출신고를 하기 위해 지구대를 찾을 때까지 동료 직원들은 이같은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유군과 정군 등 2명은 강도를 당한 충격에 가출, 여자친구 집에서 하룻밤을 보냈으며 학교에도 등교하지 않아 이날 치러진 중간고사도 보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군 등은 당시 '경찰이 부모는 물론 다른 누구에게도 강도피해 사실을 알리지 말라는 말에 겁이나 집에도 들어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순경은 “외상도 없어 보이고 빼앗긴 금액도 많지 않아 부모가 걱정할 것 같아 학생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했다”며 “사건이 별것 아닌것 같아 발생 보고를 생략했고 후속 근무자들에게도 전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