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당장 급한 불부터 꺼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약 주형기 제조업체인 L회사에 다니는 김모(45·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씨는 최근 회사에 '퇴직금 중간정산’신청을 해 퇴직금을 미리 받았다.
정년 퇴직후 퇴직금을 받아 편안한 노후생활을 꿈꿔 온 김씨가 갑자기 퇴직금을 앞당겨 받은 것은 최근 아들(18)의 대학 학자금 등 큰 액수의 지출이 생기면서 가계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됐기 때문이다.
5년전 생명보험에 가입, 월 8만원씩 보험금을 납입해 오던 자영업자 신모(35)씨도 최근 밀린 임대료와 적자에 못견뎌 결국 보험을 해약했다.
보험 해약을 할 경우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환급금이 적어 해약시 많은 고민을 했지만 당장 1천만원이 넘는 가게 임대료와 운영 적자를 메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고육지책이었다.
신씨는 “적금이나 보험은 미래를 담보로 하는 것 아니냐”며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어떻게 앞을 내다볼 수 있겠느냐”고 한숨만 내쉬었다.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생활고를 이기지 못한 상당수 서민들이 퇴직금을 미리 정산하거나 어렵게 부어오던 보험·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11개월 동안 효력을 상실하거나 해약된 보험 건수는 모두 819만여 건에 달해 지난 2002년 598만8천건 보다도 36.8%나 급증했다. 이 가운데 2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못해 효력이 자동 상실된 계약은 모두 443만5천여건, 중도에 해약된 해약 건수는 375만5천여건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정기적금 중도해지율도 최근 두드러지게 높아지면서 은행권에서는 고객들의 중도해지율 낮추기에 부심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최근 적금·보험 해약건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보험의 경우 환급금이 적어 가입자들이 웬만해선 해약을 하지 않는 점을 감안할 때 경기 침체에 따른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끝없는 불황, 보험·적금해약 잇따라
입력 2004-05-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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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24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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