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 첫날인 14일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고객유치 경쟁은 불이 붙었지만 정작 고객들의 반응은 무덤덤했다.
14일 수원 인계동 일대에 즐비한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의 영업점 창구는 평소와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별한 세제혜택의 금융상품 출시나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경우 영업점이 북새통을 이루기도 했으나 상품시판 첫날인 이날은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은행 영업점 직원 대부분도 "ISA와 관련해 이뤄진 상담은 10건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며 "가입자도 서너명에 불과할 정도로 고객들의 관심이 예상처럼 크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신규 고객모집에 나선 은행 직원들만 고객유치를 통한 실적쌓기 부담 등으로 마음을 졸였던 반갑지 않은 하루를 보냈다.
은행마다 직원들에게 ISA 고객모집 목표량을 할당하면서 직원 간 경쟁을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A은행은 ISA 판매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이날에 한해 계좌 1건을 가입하면 3건으로 인정하는 방법까지 동원해 가며 직원들의 유치경쟁에 불을 붙였다.
은행권에 비해 다소 여유가 있다는 증권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대부분의 증권사 객장도 바쁜 직원들의 마음과는 달리 평일과 같이 한산하기만 했다.
간간이 이뤄진 계약의 경우도 사전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직원조차 상품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 오랜 상담을 진행하는 등 창구마다 혼란을 겪었다.
신탁형 상품의 경우 대면계약이 원칙으로 온라인 가입 자체가 불가능하나, 일임형 상품을 혼동해 온라인을 통한 서류 보충을 요구하는 일도 많았다.
실제 C은행의 한 직원은 "일임형인지 신탁형인지 정확히 듣지 못했다"며 "해당 상품은 조기 소진될 수 있는 특화 상품이라 바로 가입하는 게 좋다는 식으로 가입만 부추겼다"고 실토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품판매 첫날 당초 예상했던 바와 달리 큰 반응이 없어 은행마다 당황하는 분위기"라며 "ISA는 1인 1계좌만 가능하기 때문에 고객들 입장에서는 성급한 가입보다는 꼼꼼히 비교한 후 가입하려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상품가입을 위해 증권사를 찾은 40대 자영업자 이모씨는 "다른 상품과 비교할 수 없는 등 준비가 소홀한 기분을 느꼈다"며 "직원들도 신탁보수 요율 등을 잘모르는 상태에서 가입을 권유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준비안된 제도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종화기자 jh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