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을 다시 시민의 품으로, 30년 한강철책선은 사라질 것인가'.

한강을 따라 여의도에서 10여분, 김포반도에 들어서자 탁 트였던 시야가 갑자기 어지럽다. 시야를 괴롭히는 이물질의 정체는 다름아닌 끝도 없이 펼쳐진 육중한 철조망이었다. 너른 물줄기는 변함없이 유유히 흐르고 있지만 서울의 한강과 김포의 한강은 본질적으로 달랐다. 서울의 한강이 시민들에게 휴식과 여유를 주는 도시의 청량제라면 김포의 한강은 서로를 배척해야만 하는 '경계' 그 자체였다.
 
김포신도시건설 등 급격한 도심의 확장과 안보환경의 변화를 고려, 이제는 김포반도를 휘감아 옥죄고 있는 한강경계철책선을 걷어내야 한다는 여론이 조심스레 확산되고 있다.
 
한강철책선은 지난 70년대초 간첩의 침투를 방지한다는 안보상의 이유로 설치된 것으로 김포관문인 고천면에서부터 한강과 해안을 따라 인천시계에 이르기까지 김포반도를 완전히 휘감고 있다. 그 길이만도 휴전선의 4분의1에 해당하는 54㎞에 이른다. 이로인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김포반도는 마치 철책으로 고립된 거대한 교도소를 연상케 한다.
 
주민들은 “수십년동안 집앞 한강에 발한번 담그지 못하고 집 한칸 늘리는 것도 어려운 마치 죄수같은 생활의 연속이었다”며 철책을 원망했다.
 
그러나 지난 2월24일 인천 송도해안을 흉물스럽게 감싸고 있던 9.6㎞의 철책이 반세기만에 그 역할을 마감한 것을 계기로 한강철책선의 존재개념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김포시와 시민단체들은 변화된 안보환경과 함께 오는 2008년 인구 20만명 규모의 김포신도시가 건설되는 등 급속히 도시가 팽창하고 있어 더이상 김포반도를 접경지대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도 한강철책선이 안보상 심리적 효과 이외에 대침투작전을 위한 물리적 억지력은 그다지 크지 않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이에따라 김포시는 시민단체와 함께 행주대교에서 김포신도시간 15㎞구간을 일차적으로 철거하는 것을 목표로 군부대와 지속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동식 시장은 “한강철책선 문제는 김포뿐만 아니라 파주·고양시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면서 “3개 자치단체와 시민단체가 함께 한강의 활용방안을 중심으로 철책 철거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때”라고 입장을 밝혔다.
 
김석수 김포시민사회연구소장도 “남북이 왕래하는 등 안보상의 위험이 사라진 이상 한강철책선의 존재도 이제는 그 수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면서 “철책을 거둬내고 체육시설과 생태공원 등 한강을 다시 시민의 품으로 되돌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