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디를 가든지 알파고 이야기인데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4차 혁명이라고 부르는 것만 보아도 앞으로 천지가 개벽하는 변화를 몰고 올 것임을 짐작한다. 주역은 미래를 예견하는 관점에서 볼 수도 있는 책인데 그 가운데 힘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해주고 있는 괘가 雷天大壯卦이다. 우레가 하늘에서 떨치면 그 위력을 느끼듯 어마어마한 힘을 상징하는 괘이다. 힘에는 물리적인 과학의 힘도 있고, 정치적인 권력도 있고, 인간의 육체적인 근력도 있고, 정신력도 있다. 이 중에 과학기술의 힘을 상징하는 사물이 바로 羊이다. 羊은 兌卦로 서방을 상징하며, 서방에서 시작된 근대과학의 힘을 상징하는 괘이다. 그 힘을 다루는 방법에 대해 주역에서 힘의 속성을 알아 잘 다루어야만 후회하지 않는다고 충고해주고 있다.
羊은 群集생활을 하는데 순한 동물인 것 같지만 고집이 세고 힘도 세서 사람이 완력으로 끌고 몰고 다니려면 불가능하다. 무리 '群'자를 잘 보면 '羊'과 '君'으로 이루어져 있다. 무리 중에 대장에 해당하는 한 마리 양만 잘 타일러 방향을 잡아 뒤에서 몰고 가면 나머지 羊들이 모두 그 대장 격인 羊을 따라간다. 이것이 현대 문명 속 群衆의 특성이라는 것이다. 슬기로운 지혜로 과학기술의 굉장한 힘을 이끌어 가지 않으면 뜻대로 다루어지지 않아 인류는 후회를 맛본다는 것이다. 羊을 치는 목동의 자세로 어떻게 다룰지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때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문서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