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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철학자 니체는 4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편모슬하에서 자랐다. 그에게 의붓아버지―계부가 있었다면 '신은 죽었다'고 말할 겨를도 없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했다고 하기도 전에 45년 삶을 더욱 단축시켰을지도 모른다. 계부의 구박과 닦달, 학대와 구타를 몰랐던 건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방인' '시지프(Sisyphe) 신화' 등의 프랑스 작가 카뮈와 중국의 문학자 사상가 철학자인 후스(胡適)도 계모 밑에서 성장했다. 그런데 의붓어미 아비가 모두 악질은 아니다. 링컨 미국 대통령만 해도 8살 때 엄마를 잃고 계모 손에 자랐다. 하지만 계모 세라 부인은 링컨을 친자식처럼 극진히 보살피며 교육에 힘썼고 링컨이 56세에 암살당하자 가장 슬퍼한 사람이 81세 계모였다. 클린턴 대통령은 또 계부와 살았다. 중장비 운전기사 부친의 유복자로 출생, 알코올 중독자 계부를 만났던 거다. 그는 개천에서 난 용을 잘도 알아봤던 것인가.

계모 계부를 가리켜 '옳을 의'자 '의모(義母), 의부(義父)'라고 하듯이 옳은 계모 계부 또한 많다. 하지만 속담을 봐도 나쁜 계모 계부가 다수인 듯싶고 계부 속담만 해도 '의붓아비 떡 치는 데는 아니 간다(해롭게 될까 봐)' '의붓아비 소 팔러 보낸 것 같다(심부름 가서 돌아오지 않음을 비유)' '의붓아비 묘 벌초(건성건성)' 등. 지난달 백골 상태로 발견된 부천 여중생의 범인도 계모(아빠는 목사)였고 평택 야산에 암매장, 엊그제 발견된 7살 원영 군도 계모한테 당했다. 더욱 가증스러운 건 안 그랬다는 듯 꾸민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화성의 20대 계부가 6살 남아를 밀치는 바람에 창틀과 장롱에 머리를 박아 죽었고 그 후부(後父) 아부(亞父)→계부 역시 태연히 거짓말을 해댔다. 그냥 사고였다고….

선진국에선 계모 계부의 살인죄 벌칙이 추상같다. 7살짜리를 의자에 묶어 때리고 욕조에 머리를 처박은 채 구타, 숨지게 한 계부에게 2006년 뉴욕법원은 가차 없이 살인죄를 적용, 사형을 선고했고 2013년 3살배기를 치사케 한 계부에게도 여지없이 살인죄를 물었다. 독일도 2007년 의붓딸 치사 계부에게, 영국도 다르지 않다. 추상같은 일벌(一罰)이 백계(百戒) 천계(千戒)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