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전가 난맥상에 기업 당혹
일시 지급할 예산확보 어렵고
소송사례 있어 반환문제 복잡
'첫 단추 잘못 끼웠다' 자조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조성원가 산정 당시 빠트렸던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추후에 부과하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판단을 내렸다. 인천경제청은 이미 납부된 부담금 약 81억원을 돌려줘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인천경제청이 지난 2009~2013년 잘못된 조성원가로 토지를 분양한 뒤 부족분을 받은 곳으로는 송도 5·7공구 내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5개 입주기업과 송도국제화복합단지 내 여러 학교가 있다. 인천경제청은 이들에 부족분을 받을 근거가 없다는 판단을 내린 만큼 돈을 돌려줘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인천경제청은 한꺼번에 이를 지급할 예산확보 등에 어려움이 있어 돈을 돌려줄 구체적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게다가 한 입주 기업이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가 잘못됐다며 소송을 진행했다가 법원이 '조정권고'를 한 사례가 있어 부담금 반환문제가 복잡한 상황이다.

인천경제청은 인천지방법원의 조정권고에 따라 이 기업에 대해서는 하수도원인자부담금 부과를 취소하고, 조성원가 누락분을 받았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이 기업의 소송사례 등을 감안하면 지금 당장 돌려주는 부분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인천경제청이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이를 돌려줄 방안을 마련하지 못하자 조직 내부에서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며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수도원인자부담금을 조성원가에 누락했다며 감사원이 주의 조치를 한 이후 관련 판례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받을 수 없는 돈으로 판단했다면 지금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청 내부에서는 감사원 감사 당시에도 추가로 조성원가 누락분을 받는 것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개진됐지만, 이런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고 누락분 부과가 강행되기도 했다.

인천경제청의 한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이후 조치가 내려오기 전에 판례 등을 검토했다. 덜 받은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시행자인 인천시나 경제청이 부담해야 하는 만큼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고 했다.

인천경제청의 이 같은 행정 난맥상을 지켜보는 기업들은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특히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역할인 인천경제청이 자신의 잘못으로 발생한 손실을 근거 없이 기업에 전가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경제청의 행정이 오락가락하면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홍현기기자 h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