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내 건물 신축 금지 불구
부평 원적산등 주요산 난립
등산객 자연훼손 철거 민원
구청 "동호인들 반발" 곤혹
인천 부평구 주요 산에 불법 배드민턴장이 설치돼 산림 훼손과 화재·붕괴 등의 사고 우려를 낳고 있지만, 지자체는 수수방관하고 있다.
15일 오전 인천 부평구 청천동 원적산의 한 진입로. '개발제한구역 행위제한 안내' 팻말이 세워져 있지만, 그 옆에는 'OO배드민턴 클럽'이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었다.
이정표를 따라가 보니 곧 등산로 한복판에 각각 400㎡, 200㎡ 가량의 배드민턴장 2개소가 흉물처럼 조성돼 등산객을 가로막고 있었다.
이곳은 개발제한구역으로 허가 없이 건축물을 짓는 행위는 금지돼 있지만, 산자락의 불법 배드민턴장은 10여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배드민턴장은 격자형 철근 구조물에 검은 천을 덮은 약 5m 높이의 가림막이 에워싸고 있다. 가림막을 뚫고 나온 나무줄기들은 가지가 휘어지거나 부러지는 등 산림훼손이 심각한 수준이었다.
배드민턴장 안에 들어가 보니 취사공간이 마련돼 있고, 그 주변에 쓰다 버린 부탄가스 3개가 나뒹굴고 있었다. 산에서 음식을 지어먹는 행위 역시 불법이다.
원적산을 찾은 등산객들은 매번 배드민턴장을 피해 산을 오르내려야 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몇 년 전까지 이곳 배드민턴장을 이용했다는 주민 A(50)씨는 "10년 넘게 특정 동호회에서 회원을 모집해 운영하면서 안에서 라면도 끓여 먹고 음식도 해먹는다"며 "미관상 보기도 좋지 않고 주변 등산객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배드민턴장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반복적으로 제기되자 부평구는 2014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등 2차례의 행정 처분을 내렸지만 허사였다. 회원들의 '반발이 심하다'는 이유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수구가 지난 2011년 문학산 등 산지에 난립해 있는 배드민턴장 등 5개 불법 건축물을 안전문제 등의 이유로 모두 철거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현재 부평구의 산지에 불법으로 배드민턴장이 조성된 곳은 청천동을 비롯해 산곡동 산 43, 십정동 산 186의17 등 모두 3곳이다.
부평구의회 새누리당 이재일 의원은 "배드민턴장이 십수년째 불법으로 운영되면서 산림이 훼손되고, 지속적으로 철거를 요구하는 민원이 제기되는 데도 지자체는 아무런 조치도 못 내리고 있다"며 실내체육관 조성 등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부평구 관계자는 "불법으로 조성된 것은 알고 있지만, 배드민턴 동호인들의 반발 등 현실적 문제로 강제 철거를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