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반상(盤上)대결이 인류에게 큰 과제를 안겼다. 인간과 인공지능의 공존시대로 가야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산업혁명'이라는 말은 20세기 최고 역사가이자 12권짜리 '역사 연구'로 유명한 영국의 아널드 토인비(Toynbee)가 처음 사용했고 4차 산업혁명(Industry 4.0 또는 the 4th Industry revolution)이라는 개념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한 건 근년이었다. 1차 산업혁명이 기계화 혁명, 2차가 전력을 이용한 대량생산, 3차가 컴퓨터를 통한 자동화였다면 4차 산업혁명은 소프트파워를 통한 공장과 제품의 지능화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구글 딥마인드(Deepmind) CEO 허사비스(Hassabis)도 예거했지만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인공지능이 만능 가사 도우미와 위험한 일 해결사는 물론, 체질별 맞춤 의료시술과 지구 온난화문제 등까지도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지난 8일 CNN 보도가 눈길을 끌었다. 미국 국방부국방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사람의 뇌에 장전할 수 있는 장치, 이른바 웨어러블(wearable) 기기(機器)와 통신할 수 있는 기술을 목표, 프로젝트를 성립시켰다는 거다. 그게 바로 인간과 기계가 조합(믹스)된 사이보그(cyborg) 창조다. 1㎤ 크기의 기계장치를 뇌 속에 삽입, 뇌의 구성요소인 뉴런(neuron)을 전기 신호로 변환시킴으로써 뇌와 디지털 기기 사이의 데이터를 전송(轉送)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거다. 그리되면 청각과 시각장애 등 획기적 치료를 비롯해 뇌졸중 치료, 병사의 전투력까지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인체의 약점을 보강, 장수시대를 열기 위한 프로젝트로 영화 속 괴물 사이보그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이 인공지능에 휘둘릴 수도 있다. 자가당착 자승자박, 제 꾀에 넘어가는 격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이 보고서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으로 인해 2020년까지 선진국 중심으로 최소 500만명이 실직할 수 있다'고 했다. 실업도 문제지만, 알파고 바둑처럼 통제 불능사태가 올 수도 있다. 배보다 커진 배꼽이 배퉁이를 삼키는 꼴이다. 4차 산업혁명도 좋다만 왠지 불안하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