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6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공천 심사 결정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반격에 나섰다.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전 비공개 최고위 논의 내용을 전하는 김 대표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가라앉았고, 표정도 굳어 있었다.

공관위의 전날 공천심사 결과 발표에서 이재오 주호영 진영 의원 등 당 중진급 의원을 비롯해 대구 현역 의원이 거의 통째로 들어내듯이 컷오프(공천 배제) 된 데 대한 '노기'를 억누르는 모습이 었다.

김 대표는 이재오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를 두 번이나 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맞서 싸운 인물", "세월호 사고를 잘 수습하고 공무원연금 개혁을 완수한 분"이라고 각각 평가하며 이들을 대신해 공천 탈락의 억울함을 항변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어떤 지역은 모든 여론조사에서 1등을 하는 후보 대신 2등 후보에게 단수추천이 돌아갔는데 수용할 수 없다"면서 "우리 당에서 정한 상향식 공천의 원칙, 그리고 총선에 적용된 국민공천제에 모두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제1차 공천 심사 결과 발표에서 김태환 의원이 컷오프되자 지난 7일 최고위에서 문제를 지적한 후 이 위원장의 잇따른 결정에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다가 거의 열흘 만에 다시 전면에 나선 것이다.

자신의 '정치적 생명'까지 걸었던 경선을 통한 상향식 공천이 송두리째 흔들릴 위기에 처하자 더는 밀릴 수 없다는 판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 대표는 오전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단수후보 추천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최고위원들을 설득해 공관위에 재의 요구를 하도록 주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공천 심사 착수 단계인 지난달 초에는 이 위원장이 우선·단수추천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히자 "공천 직인을 찍지 않을 수도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극단적 상황까지도 불사하겠다는 경고였다.

하지만 이날 김 대표의 강한 반발이 친박계와의 '정치적 타협'을 한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자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전날 공천 발표 결과 김 대표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김성태 김학용 의원은 단수후보로 선정되고, 김 대표와 가까운 김종훈 심윤조 의원 역시 경선 대상으로 포함돼 강남권에서는 이례적으로 재선에 도전하게 됐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과 평소 가까운 초·재선 의원들이 대거 낙천한 것과는 대조를 이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지난해 국회법 파동 당시 "대통령과 싸워 이길 수는 없다"며 유 의원의 원내대표직 사퇴를 사실상 용인한 데 이어 두번째 손을 놓는 모양새가 연출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내에서는 결국 유력 대권주자로서 김 대표의 리더십에도 타격을 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