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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다.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인데 '총선정국'보다 '공천정국(公薦政局)'이라는 말이 거부감 없이 쓰이고 있다. '공약'은 사라지고 온통 '공천'얘기 뿐이다. 여당이건 야당이건 똑같다. 그래서인지 모든 언론의 헤드라인은 '공약'보다 '보복공천' '살인공천'으로 채워진다.

공천의 사전적 의미는 '여러 사람의 합의에 의하여 사람을 천거(薦擧)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여러사람'이라는 것은 10여명이 모여 '이 사람은 되고 저 사람은 안된다'라는 전근대적인 방식이 아니다. 다중의 사람들, 즉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지구당 당원들이 경선에 의해, 후보자를 뽑는 것이 원래 '공천'의 의미다. 그런데 그 '공천'이 언젠가 '낙점(落點)'으로 바뀌었다. 낙점의 어원은 또 이렇다. '조선시대 이조(吏曹)에서 3인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이를 비삼망(備三望)이라고 하는데, 왕이 이들 후보자 중에서 적임자라고 생각되는 사람의 이름에 친히 점을 찍어 임명을 결정하는 것'. 지금이 딱 그 꼴이다. 각 당의 '공천심사위'에서 '낙점'하는 것은 따지고 보면 '밀실정치'일 뿐 진정한 '공천'으로 보기 어렵다.

조선왕조실록에 문종 즉위년(1450년) 10월10일 기사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집현전(集賢殿) 직제학(直提學) 박팽년(朴彭年)이 상서(上書)하였다…. 수령(守令)이 되는 자는 한두 사람이 공천(公薦)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혹은 세도가(勢道家)의 자제이거나, 혹은 재집(宰執)의 친한 벗이거나, 혹은 자급(資級)이 음직(蔭職)에서 오르거나, 혹은 서리(胥吏)에서 나오거나 하여, 청탁(請託)으로 인하여 부탁한 뒤에 이를 얻은 자들입니다. 그 뜻이 이미 고루(固陋)하여 본래 원대한 포부가 없으니, 재화(財貨)를 탐내어 백성들을 괴롭히는 일을 어찌하지 않겠습니까…'. 인용이 좀 길었지만 무려 566년 전, 박팽년의 상소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낙천의 변(辯)도 구구하다. 그래서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한다고 한다.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최악의 국회'로 국민을 분통 터뜨리게 했던 그들의 '볼멘소리'를 듣는 것도 이젠 민망하다. 계파정치로 인해 처절히 무너진 국격(國格)은 누가 보상할 것인가. 한국 정치인들. 이제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

/이영재 논설실장